배춧값이 천정부지다. ‘김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포기 1만원을 넘긴 금배추에 소비자는 물론 외식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김장철 배추 수급에도 큰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9963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0.9% 비싸고 평년보다 38.1% 높다.

배춧값이 폭등하게 된 것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례적으로 길었던 고온에 여름배추 생육이 부진해 생산이 줄었고,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11월 초까지는 공급량 감소가 우려된다. 지난 2022년에도 여름철 폭염과 폭우, 그리고 이어 태풍까지 상륙하면서 9월 중순 배춧값이 aT 조사 기준 1만원을 넘었는데, 올해도 이와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유통마진이 큰 것도 원인이다.

폭염과 폭우에 배추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무와 배추 가격의 60% 가량이 유통 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유통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지난해에는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열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유통 비용률은 최종 소비자 가격에서 중간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인데, 최종 소비자 가격의 절반 이상이 유통 비용인 셈이다.

김치 제조업체들도 배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증평군의 한 김치 공장은 배춧값이 세 배 가까이 올라 배추를 2만원대에 구입하고 있으며, 원재료 부족으로 생산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고 푸념한다. 최근 한달간 배추가격 급상승으로 주거래처에도 정상적인 납품을 하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이라는 하소연이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폭등이 김장철로 이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다간 김장도 담그지 못하는 것 아니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해 김장철 배춧값을 염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안이 가시지는 않는다.

장기간 폭염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하기로 했다. 수입 배추 첫 물량은 오는 2716t 분량이 국내에 들어왔다. 중국 산지 상황과 국내 유통 과정을 살펴보며 수입 물량을 확대해가기로 했다고 한다. 김장에 쓰는 가을배추 또한 평년에 견줘 공급량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올해 가을배추 재배 면적이 12870, 평년에 견줘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산 배추 수입으로 가격잡기에 나선다는 방침의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이지 않다. 초도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외국산 배추에 대한 가정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 않아 국산 수요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형 김치 브랜드 역시 배추 수급난을 겪고 있다. 주요 업체의 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으나, 배추 공급 부족으로 인해 온라인몰에서 배추김치가 일시 품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통업계는 가을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까지 김치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추 수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연말까지 김치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 식탁에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정부의 기민하고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