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가 파열음을 일으키는 건, 진영논리와 선악을 떠나 매우 좋지 않다. 두 축은 어찌됐든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아가야 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윤한 갈등의 시작은 꽤 오래됐다. 한 대표가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 사령탑을 맡은 이후부터 두 사람간 충돌은 지난 4·10 총선과 7·23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더 심화됐고, 최근에는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치닫는 분위기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당정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가는 모습이 포착된 건 올해 초부터다.

총선을 앞둔 1월 중순께 당시 김경율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후 대통령실은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한 대표는 이를 공개적으로 거절하면서 갈등이 부각됐다.

최근 불거진 김대남 녹취록파장은 갈등을 넘어 양측의 대결 양상까지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던 한 대표가 이례적으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녹취록을 지적하며 당 차원에서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 대표는 김대남이 좌파 유튜버를 활용해 본인을 공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는 직격탄도 날렸다.

한 대표는 지난 2일 해당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빠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 주 초쯤 윤리위원회가 구성돼 김 감사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윤리위원회는 당 대표 또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로 있었던 자가 당 대표에 대한 공격사주를 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당연히 친한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지난 9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에 대한 공작을 지시한 김대남의 배후가 있는가라며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이번에는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김 전 선임행정관이 윤석열 대통령, 김 여사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명함을 돌리는 등 사칭 논란이 제기됐던 문제적 인물의 일탈성 발언이라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이혼 직전 부부 같다는 말이 나오고 정말 한심하고 답답하다며 푸념한다.

결론은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느냐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이다.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양측의 감정의 골은 되레 깊어만 간다. 그래서 해법안을 찾기가 난망하다.

윤한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면 여권 위기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갈등이 지속되면 양측 모두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 뻔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로 윈윈해야 하는데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는 여권의 인식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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