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아시아 3국 순방길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항에 가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순방길의 의전에서 여당 대표가 불참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추론은 할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앙금을 풀지 못한 탓은 아닐까 싶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6일 필리핀과 싱가포르, 라오스 등 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출국길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서울공항을 찾아 윤 대통령 부부를 환송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 선거 지원 유세로 부산을 방문해 공항에 오지 않았다. ‘선거 지원 유세라는 불참 이유는 있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한 대표는 공항행대신 친한계현역의원 20여 명과 만찬을 가졌다. 이른 바 한동훈 패싱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순방 당일에 친한계 의원들의 세를 결집한 만큼 정치적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4김건희여사특검법재표결에서 여당 내 이탈표가 4표 나온 직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날 만찬에 모인 친한계 20여 명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세력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만찬에서는 김건희 리스크등 정국 위기에 대한 친한계 의원들의 상황 인식이 공유됐다고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윤한 갈등의 시간표는 자리 배치 두고 벌어진 한 대표의 행사불참과 한 대표를 패싱한 용산만찬 등과 맥락이 닿아 있다.

지난 930일 한국경제신문 창간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한 대표는 행사 시작 30분 전에 불참을 통보했다. 이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자리 변경때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애초 윤 대통령 옆 테이블에 배정됐던 한 대표의 자리가 한 테이블 건너뛴 곳으로 옮겨지자 아예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등을 용산 대통령실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지만 한 대표는 초대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일부 의원들과 맥주를 마시기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이날 만찬에서의 구호는 우리는 하나다였다고 한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건 공격사주건이었다.

공격사주와 관련한 김대남 녹취록파장은 윤한 갈등을 넘어 대결 양상까지 치닫게 됐다.

한 대표는 지난 2일 해당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당무감사위원회가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신의진 국힘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1차 윤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김대남 전 당원의 허위사실 유포 등 일련의 당헌·당규 위반 행위에 대해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탈당했어도 문제가 된 건 당원일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충분히 조사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고도 부연했다. 앙금을 풀기엔 점점 더 골이 깊어진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두 축의 불편한 관계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들 눈에 치졸하게 보일 수도 있다. 대승적 관계 회복이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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