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 한 마리 출하에 230만 원 손해
한우 값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지육 도매가격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kg당 1만 4331원으로 가격이 좋았던 2021년 6월 말 kg당 2만 1507원과 비교하면 33.3% 가 하락한 수준이라고 한다. 전년 대비해도 5.2% 하락한 것이고 평년 대비도 23.2% 나 하락한 수준이다. 한우 가격이 이렇게 계속 하락하고만 있으니 양축 농가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우 가격 하락의 주원인은 한우 도축 물량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이 첫 번째라고 하는데 2020년도 코로나 19사태 이후 국민 지원금 지급 효과로 가정 내 한우 소비가 늘어난 것이 사육두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2021년 12월 기준으로 한우 사육 두수는 338만 5천 두로 전 년 동기 대비 15만 8천 마리로 5% 증가하였으며 이 같은 사육 두수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343만 2천 두로 나타나 현재 사육 마릿수도 과잉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사육두수가 증가한 반면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료 가격이 급등해 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육우용 사료 가격을 살펴보면 2021년 1kg당 462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542원으로 17.3 %나 급등한 상태로 2020년 412원에 비교하면 무려 31.5% 나 올라간 것이니 농가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지자 한우 농가에서 평균 30개월 키운 소 한 마리를 출하할 경우 230만 원 이상 적자가 난다고 양축농가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현재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으니 한우 농가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FTA의 어두운 그림자가 한국 농업을 덮쳐오고 있어서인데 이미 체결된 FTA로 인해 수입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 들어오고 있는 소고기도 관세 철폐를 앞두고 있다는데 돼지고기의 경우 이미 유럽산과 미국산 돼지고기는 냉장 삼겹살의 관세가 연차적으로 감축되면서 지난 2021년도에 완전히 철폐된 상태라고 한다. 칠레산 돼지고기는 이미 2014년도에 관세 0%가 되었는데 관세가 감축되는 과정에서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9년 54만 3천 톤에서 2020년도에는 16만 톤이나 증가하면서 돼지고기는 결국 FTA 피해보전직불금 품목으로 선정됐다.
◇ FTA에 따른 더 큰 피해 우려
이런 과정에서 미국, 호주와 FTA가 체결된 우리나라는 소고기도 점진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는 점이다. 오는 2026년도가 되면 미국산 소고기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고 2028년도에는 호주산 소고기까지 관세 제로가 된다. 정말 우리 한우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발주하여 건국대학에서 수행한 ‘쇠고기 완전 개방화 시대 대응 한우 산업 정책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고 한국과 남미공동시장의 FTA까지 성사돼 소고기 수입 물량이 30%까지 증가하면 한우 농가의 생산자 잉여 수치는 8900억 원까지 감소한다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한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FTA의 그림자가 덮쳐오는 공포감을 느끼고 있는 순간이다. 이에 한우협회 등 단체는 한우법을 제정하여 한우 사육 농가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정부의 반대에 막혀 어려운 상태에 있다.
이미 우리 소비자들은 2012년도 말 현재 한우보다 미국산 소고기를 더 많이 먹기 시작했다는 발표를 보면서 이제 미국산 소고기의 관세가 철폐되고 얍삽한 무역업자가 수입을 늘리기 시작한다면 분명 우리 한우 산업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우 사육두수의 증가로 인해 시작된 한우 사태는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 사태와 같이 자연적인 구조 조정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이겨나가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마침 다가오는 FTA로 인한 외국 쇠고기와의 경쟁은 승자 없는 전쟁으로 우리 한우 농가의 완패로 끝날 확률이 지배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이제 정부와 양축농가, 관련 단체는 한우 산업의 보호와 양축농가의 안정적인 경영을 도모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 우리 농업은 주축을 이루는 쌀과 한우 가격의 하락으로 농업인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농경문화와 함께 농업현장을 지키면서 농사일은 물론 우리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국민건강까지 책임져온 역사와 전통을 새기면서 지켜온 한우 산업이 일순간 붕괴 위험에 빠진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는 힘을 모아 한우 산업의 영광을 찾기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