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씨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 최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매우 고무적인 일로, 한국의 큰 경사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현지시간) “역사적 상처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한강의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하며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한강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역대 수상자 121명 중 18번째 여성 수상자이기에 더욱 뜻깊다.

그의 부친은 1982년 대한민국문학상, 1983년 한국문학작가상, 1988년 현대문학상과 이상문학상, 20069회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한승원이다.

1993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시작한 한강 또한 부친 못지않게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2015년 황순원문학상,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1812회 김유정문학상, 202230회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2023년 메디치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 2016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것은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뉴욕 타임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가부장적이고 때로는 여성 혐오적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한국 문학계는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고은씨가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래서 고씨가 성 추문에 휩싸이기 전까지 노벨 문학상 발표 시기만 되면 그의 집 앞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었다.

여기서 우리는 한강의 이번 수상 이면에 있던 정치적 억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를 거부하고 여성 혐오에 저항하는 그의 소설은 또 우리의 역사 5·184·3사건을 파고들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기도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기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견해를 달리한 문화·예술인이나 관련 단체의 명단을 작성해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한 사건이다.

한강 작가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다룬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뒤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문화교류 행사 지원 대상 등에서 배제 됐었다.

지난 2016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한 작가가 포함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검은 당시 블랙리스트는 청와대의 주도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그해 12월 열린 한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바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동안 침체돼 있던 서점가에도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후 한강의 작품이 서점가를 독식하고 있다.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 예약판매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열풍 조짐도 보인다. 영국 대형 서점에는 한강의 책이 모두 동났다고 한다. 이번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K-문화의 전 세계적 확대에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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