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10월 10일 늦은 저녁, 필자의 핸드폰에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속보 메시지가 떴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한강. 엥~, 솔직히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요즈음 여러 분야의 노벨상 발표가 진행되면서 누군가 광고를 위한 낚시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겠지 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노벨문학상 수상이 사실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필자는 정확히 5년 전인 2019년 10월 같은 지면에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공학도이기에 당시는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동일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새로운 발견을 위한 시도를 거듭해 나가야 새로운 과학적 업적 창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문호들만의 잔치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감히 하지 못했다. 그녀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한민국 국격을 높여준 데 대해서 한강 작가가 너무나도 고맙다.
그날 저녁 바로 인터넷서점에 접속해 그녀의 대표작 한 권을 주문하며 주문 폭주에 한몫했다. 최근 들어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문화적 사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직접 겪었던 경험을 몇 가지 소개하면, 2002년 학회 참석으로 미국에 갔었을 때 참석자 중 한 명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들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축하해준 적이 있다. 두 번째 경험은 2018년 베트남에 IT봉사활동을 하러 갔었을 때인데 현지인들이 필자에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불러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이니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강남스타일을 모두 잘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직접은 아니지만 매체를 통해 느끼는 경우도 많다. 첫 번째는 K-무비로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이었다. 당시 상을 받는 TV 속 봉준호 감독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두 번째는 K-팝으로 2020년 9월 BTS가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하며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세 번째는 K-드라마로 2021년 9월 넷플릭스 드라마로 공개되었던 ‘오징어게임’이다. 오징어게임은 당시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에서 1위를 달성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오징어게임은 다음 해인 2022년 에미상 비영어권 최초로 황동혁 감독이 연출상,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필자도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가 세계인이 좋아하는 드라마 콘텐츠로 거듭난 것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김구 선생은 그의 저서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드디어 그의 소원이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문화적 융성은 우리들 각자의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고 매력을 증대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신 한강 작가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