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류의 ‘상징’이 폭파됐다. 북한이 ‘한국과 상종 않겠다’는 메시지를 극대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북의 긴장 국면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데 대해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그동안 남북간 맞물려온 마찰이 극대화된 것이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와 이에 대응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가 맞물리면서 긴장 관계는 지속돼 왔다.
여기서 트리거로 작용한 것은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전단지를 살포한 것이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남측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남북 모두 돌파구를 아예 닫아버리는 것이 되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북한이 폭파시킨 경의선·동해선 도로는 남북 간 화해·교류·협력을 상징한다. 북한은 그 상징물을 제거함으로써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강조했던 ‘적대적 두 국가’의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파를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내부 결속에 활용하고, 남북 단절을 위한 후속 조치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끊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단절 조치를 공식화한 바 있다. 북한은 향후 도로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지대의 ‘요새화’는 남북이 전쟁 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남북의 ‘완벽한 분리’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외신은 이번 북한의 도로 폭파를 두고 ‘파괴된 데탕트 상징물’이라고 타전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과의 단절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AP 통신은 “‘2000년대 ‘데탕트 시대’에 남북한은 무장된 국경을 넘어 두 개의 도로와 두 개의 철로를 다시 연결했지만 이후 남북한이 북핵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이들 도로·철로의 가동은 차례로 중단됐다”고 설명했고, 로이터 통신은 “남한이 평양 상공으로 드론을 날렸다는 북한의 주장 이후 남북 사이 설전 수위가 고조돼 왔다”고 이번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AFP 통신은 “김정은이 남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북한과의 ‘동반자’를 거론하면서 “전쟁 시 군사 지원할 것”이라는 엄포도 놓았다. 중국은 “한반도 갈등 격화를 피해야 한다”고 달래고 있다. 러시아와 결이 다른 것은, 러·우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포탄 지원으로 형성된 ‘북·러 밀착관계’가 중국으로선 내심 껄끄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한 치 앞도 예단하기 힘든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로의 강경대응은 또 다른 강경대응을 부르고 있다. 이러다 군사충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유연한 자세를 견지한, 면밀한 위기관리가 필요한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