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사람으로서의 인격을 구비하기 위하여 바른 습관을 몸에 익히고 잘 안정된 성격을 형성해야 하며 한 사회인으로서 제대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책임감과 자립심을 습득하고 원만한 대인관계에 필요한 태도를 배워야 한다. 성숙한 인간으로서 구비해야 할 그러한 모든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배움의 길이 비록 고달프고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 과정일지라도 바른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경험이다. 또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가르치고 이끌어주어야 할 과제이며 책임이다. 인격은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의 끈질긴 교육에 의해서 그것은 가능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벌을 주기도 하고 칭찬을 해주어야 하며 독립심을 키우기 위하여 격려하고 질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인격의 형성은 어린 시절에 그 기초를 마련해야 된다. 바르고 튼튼하게 다져진 기초위에 인격이 형성되어야 만이 그 인격은 개성 있는 인격으로 성숙하게 된다.
인격형성을 위하여 가정교육이 특히 중요시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정에서는 개성 있는 인격을 위한 기초를 마련해야 되는 것이다. 습관, 태도, 성격, 자립심등 대부분의 인격을 구성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질은 사실 학교에 가기 전 나이에 형성된다. 물론 그 후에 전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려서 형성된 습관, 성격 등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성격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에 형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성격은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저 애는 누굴 닮아 성격이 저 모양인지...”하는 어머니들의 푸념을 가끔 듣게 되는데 실은 누구를 닮은 것이 아니라 그런 성격이 되도록 어머니가 만든 것이다. 습관도 그렇고 태도도 그렇다. 이렇게 보면 바른 인격의 형성을 위하여 가정의 책임이 무겁고 또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마도 가정교육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면일 것이다. 이것은 어머니의 무제한적인 사랑과 부모의 솔선수범하는 행동과 자애스런 보살핌과 또 한편 엄격한 규율과 질서를 요구하는 교육이다. 아마 이쯤 되면 “세상에 어머니 구실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서야....”하고 두 손을 번쩍 드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머니의 참된 사랑이며 그것만 있다면 어린이는 우선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자주성이다. 한국 사람은 의타심이 많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덕을 보려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특히 외국 사람이 볼 때는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한국에 와서 여러 해가 된 어떤 미국 친구가 무슨 말끝엔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 사람이 남에게 의존하려는 식민지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자주적인 국민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근성이라는 말에 우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복 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제해 가면서 “글쎄... 당신들은 그것을 식민지 근성이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고 산다는 것은 오히려 아름다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 사람 사는 사회에 그런 점이 없다면 너무나 삭막하지 않을까?” 이렇게 항변을 했으나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은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못했다. 그가 말하는 것이 어느 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