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조병하 속이상쾌한내과·건강검진센터 원장

배가 아프거나 변비, 설사가 반복되어 대장내시경, 복부 CT, 혈액검사 등 검사를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불편한 증상이 지속되니 환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심지어 주변에서 “신경성이다”, “성격이 예민해서 그렇다”라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이러한 경험을 겪는 질환이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앞서 기술한대로 과민성대장증후군에는 기질적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따라서 상황에 맞추어 대장내시경, 복부 CT 등의 검사를 해야 한다. 특히 체중 감소, 혈변 등 경고 증상이 있거나 50세 이상, 대장암 가족력, 대변분변검사 양성인 경우는 반드시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전에 시작되고 최근 3개월 이상 기간동안 주 1회 이상의 반복적 복통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이 배변과 관련이 있거나 배변의 횟수 또는 성상의 변화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은 장의 운동이상, 내장 과민성, 뇌장관 상호작용, 면역반응 이상 등으로 설명되는 게 보편적이다. 또한 스트레스 등의 정신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주기도 하고 장염 등 감염 후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소장 세균 과증식의 빈도가 높아 장내세균 이상으로 원인을 설명하기도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증상에 따라 설사형, 변비형,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으나 분류가 애매한 경우도 있다. 치료도 증상에 따라 다른데, 약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의료인의 입장에서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기도 하다. 복통 조절을 위해 진경제를 사용하거나 설사가 심할 때 지사제, 변비가 심할 때는 변비약으로 증상을 조절한다. 소장내 세균과다증식으로 인한 증상이 의심되면 비흡수성 경구 항생제를 단기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약에 호전이 없으면 삼환계 항우울제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같은 소위 정신과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서 질문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는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도의 보조적 요법으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식이요법도 중요한데 저포드맵 식이(low FODMAP diet)라고 불리는 요법이 있다. 포드맵은 입자가 작은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을 의미한다. 이러한 탄수화물은 사람의 장에서 쉽게 흡수되지 않고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를 많이 생성한다. 이러한 가스가 복통, 복부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어 저포드맵 식이를 권유하는 것이다. 포드맵이 많은 식품으로는 우유, 아이스크림 등의 유제품과 사과, 배, 복숭아, 수박 등의 과일, 밀, 보리 등의 곡류가 있다. 반대로 포드맵이 적은 식품에는 쌀, 바나나, 딸기, 오렌지, 유당제거 우유, 감자, 고구마, 토마토, 고기류 등이 있다. 하지만 식이요법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저포드맵 식이를 모든 사람에게 일괄 적용할 수는 없다. 본인에게 맞는 음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골고루 식사를 하되 맞지 않는 음식이 있으면 기록해 놓고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완치가 되지 않고 증상을 조절하는 질병이다. 그렇다보니 삶의 질이 떨어지고 질병에 의해 스트레스가 심해져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질병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적절한 식사, 운동, 수면 습관을 유지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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