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 여당이 안고 있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때문에 우리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국정감사에선 김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 감정도 매우 좋지 않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트리거 역할을 한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내린 검찰의 불기소다.

그래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난제가 산적한 정국을 돌파할 묘수가 여기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여야 갈등을 넘어 윤한 갈등 또한 심화될 여지까지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21일 ‘면담’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 한 대표는 ‘3대 요구안’을 들고 갔다.

‘김건희 라인’ 등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 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협조와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가 그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지 않느냐”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여사 활동 중단 요구에는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 아니면 이미 (활동을)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 될 거다.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서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협조와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를 두고는 “일부 의혹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독대 대신 ‘80분 면담’으로 끝난 이 자리는 친한계가 우려했던 ‘빈손 회동’이 현실화된 셈이다. 사실상 입장차만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당정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여사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던 국회도 이날 행동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 위원들은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서 김건희 여사를 향해 동행명령장을 수령할 것을 촉구했다. 이성윤, 장경태,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12시쯤부터 1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가까이 경찰과 대치했다.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이 그동안 많았지만, 그래도 역대 영부인을 보면 대개 ‘조용한 내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김 여사는 아니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재직 중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 백 수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첫 대통령 부인이다. 그런데 두 혐의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가 비리 의혹으로 구속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가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재직 중 특검 수사를 받은 것과 대조된다. 그래서 공정하지 않다고 국민들은 여긴다.

민심이 이반되면 정권은 존립하기 어려워진다. 문제의 핵심이 있다면 털고 가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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