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분기 영업이익에서 잇따라 삼성전자 반도체를 앞선 데 이어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수요가 폭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실적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연결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이는 경쟁사이자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 4조원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앞서면 양측 모두 흑자를 낸 분기 기준으로 올해 1분기(SK하이닉스 2조8860억원, 삼성전자 1조91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SK하이닉스는 AI 열풍에 수요가 급증하는 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수요가 둔화하는 레거시(범용) 메모리 비중이 크고 HBM 비중이 작은 와중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도 길어져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양측 모두 흑자를 낸 해를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반도체 시장을 독식하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HBM 시장의 최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경기 침체 장기화로 메모리 업황이 주춤하는 와중에도 수요가 견고한 HBM을 내세워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이 주목받지 못하던 때에 도전에 나서 2013년 세계 최초로 HBM1 상용화해 성공했다. 이후 HBM2, HBM2E, HBM3 등으로 기술력을 높여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왔다.

당시엔 HBM이 널리 쓰일 만큼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HBM의 성능을 더 높이는 연구·개발을 10년 이상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MR-MUF 공법을 독자 개발, HBM의 약점인 발열 문제를 해결하고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최고 성능의 HBM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구매하려는 AI 반도체에 최적의 메모리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인공지능(AI) 시장을 등에 업고 높은 실적을 내지만,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인텔은 시장에서 뒤처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술혁신 속도는 생각의 속도 만큼 빠르다. 멈칫하는 순간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는 게 글로벌 경쟁의 냉엄한 현실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혁신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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