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로 인한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입학연령 학생들의 감소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의 잇단 통폐합과 폐교로 이어졌다.

일련의 부정항 연결고리는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인구 급감이라는 가장 큰 난제를 해결하기 전엔 꼬인 매듭을 풀어낼 수 없다.

폐교 위기를 극복해낸 충북 제천 송학중학교의 사례는 이 같은 난제를 딛고 갈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한때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이 학교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 학교는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신입생을 단 1명도 받지 못해 20232월 졸업생 2명을 끝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1971년 개교한 모교가 폐교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가 나오자 동문과 제천시, 교육청 등 지역사회 전체가 팔을 걷어 극복에 나섰다.

각계의 학생 유치 노력 덕에 지난해 6명의 학생을 확보했고, 해외 체험학습, 선택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유명 강사 초청 강연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폐교 위기 극복을 넘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가고 싶은 학교로 반전을 이뤘다.

송학중은 2025학년도 원서 접수 결과 총 14명이 지원했다.

원서를 낸 14명 가운데 11명은 인근 송학초 학생들이고. 2명은 시내권 초등학교 재학생, 1명은 77세의 만학도이다. 이들 14명이 내년에 모두 입학한다면 송학중의 전체 학생 수는 1학년 14, 2학년 13, 3학년 10명 등 모두 37명으로 늘어난다. 폐교 걱정은 이제 덜게 됐다.

학령인구의 감소의 원인은 낮은 출산율이다. 이는 필연적이다. 출산율의 저하가 문제의 시작점인 것이다. 출산율의 저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부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보장되는 사회가 출산율이 높다는 실증 분석도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이와 함께 워라밸 수준 또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라밸 지수가 0.353으로 27개국 가운데 21위였던 것이다. 두 항목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OECD 27개국의 2005~2021년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1645시간인데, 한국은 2096시간으로 451시간이나 길다. 남녀 임금 격차는 36.4%P로 전체 평균 13.6%P3배 가까이 되고, 근로 세대(25~54)의 학습 참여율도 1.9%로 가장 낮은데다, 가계지출에서 문화·여가비 비용도 최하위권이다. 2007~2023년까지 한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09명으로 27개국 중 압도적인 꼴찌다. 이는 일과 가족 돌봄, 자기 돌봄 등 3개 영역이 충족돼야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지표는 결국 인구 급감, 지방소멸 위기, 학령인구 감소 등의 연쇄적 고리를 형성하게 되고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들은 결국 통폐합과 폐교의 수순을 밟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농어촌 학교는 교육 기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교는 늘 지역사회의 공동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에겐 학교가 구심점이었다.

그래서 폐교는 학교가 없어진다는 의미 이상의 큰 타격을 지역사회에 준다. 삶의 토양과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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