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깊어가는 가을, 그림전시장에 같이 가자는 선배 전화를 받았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라 무조건 동행했다. 그런데 장소가 필자의 첫 근무지였던 가덕면이라고 했다.

전시장으로 가는 내내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가덕면은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그곳에서 결혼을 했고 아이 둘을 낳았다. 십년이나 근무했던 이곳을 떠나면서 목이 메어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났던 일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그곳에서 한국화전시회를 한다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옆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은 많이 변해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할 때는 도로가 거의 비포장도로로 버스를 놓치는 날이면 흙먼지를 다 뒤집어쓰고 걸어 다니곤 했다. 오늘 와본 이곳은 멋진 전원주택들이 그 옛날 모습을 다 삼켜버린 것 같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멋진 집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앞에서 우리를 마중 나온 화가와 함께 들어간 전시장은, 창고를 멋지게 꾸며 만들었다고 했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 잘 왔다고 반겨주는 것 같았다.

집 밖에서 그림 감상을 하고 안채로 들어서니 그곳에도 그림들이 멋지게 걸려 있었다. 그림은 집안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편안하게 다가왔다. 오늘 전시회 주제는 ‘피어나다’라고 했다. 그림을 그리신 분은 이승복 화가라고 소개했다. 그림은 잘 모르지만 보는 내내 눈이 호강했다. 그림 감상을 하고 함께하신 분들과 다과를 나누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아 주로 듣기만 했다. 오늘 주빈인 이승복 화가는 이번에 전시된 그림의 판매 전액을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인 ‘청주 해오름 마을’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집주인인 김향숙 교수님하고는 하우스콘서트에서 처음 만나 인연이 되었다. 교수님은 이곳이 시댁으로 대를 이어 백년 넘게 살고 계신단다. 이 멋진 장소에서 독서 모임도 하고, 작은 음악회도 하신다고 했다. 오늘 같은 전시회도 하고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도 했다. 교수님이 집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여 한 바퀴를 돌았다. 멋있다는 표현이 부족한 것 같았다. 창문 밖 모습은 풍경화 그 자체다.

푸른 잔디밭은 보는 내내 마음을 행복하게 했다. 집은 이층건물인데 이층 방은 비어있어서 빌려주고 있다고 했다.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느냐고 물으니 다 알아서 온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어비앤비’라는 전 세계 숙박업체를 통해서 연결이 된다고 했다. 남는 방이나 집 전체나 별장 등 유휴공간을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교수님은 집 이름을 수향원(水香園)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이름도 너무 예뻤다. 이 수향원에서는 음악 콘서트와 전시회 등을 열어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니 참 훈훈했다.

교수님은 “자연, 환경, 기회, 공간 등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향원(水香園)이라는 공간을 많은 사람에게 나눔으로써 나의 삶도 더욱 풍요로워지고 더 많이 행복해졌다”고도 했다. 이런 교수님 덕분에 이렇게 멋진 곳을 와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세상은 이렇게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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