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내 나이대의 주변 지인들이 흔히 하는 행사인 효도 관광을 다녀왔다. 비용이나 시간 교통 자연경관 등이 나이 든 부모가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익숙한 곳인 장자제(張家界)를 만석으로 꽉 채운 저가 항공을 타고 비슷한 수준의 승객들과 청주 공항을 통해 다녀왔다. 효도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에게 자식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효도의 방법이 여행 보내주기이다. 이런 개개인의 욕구와 여행사의 상업적 목표가 맞아 여행상품으로 개발된 장자제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평균 20만여 명이 다녀간다고 하고 올해에는 이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장자제를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 40% 이상이 한국인이고 청주를 비롯한 지방공항에서도 거의 매일 직항이 장자제로 향하니 가히 효도 관광의 성지라 할만하다.
이번 여행을 관광적인 면으로만 되돌아본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가이드의 상술에 시달리지 말라고 노 옵션 노 쇼핑의 프리미엄 상품이었으며 단풍이 좋을 만한 가을 성수기를 선택해 꽤 많은 추가 비용의 지출이 있었던 상품임을 감안하면 그렇다.
여행은 동행자가 중요한 법인데, 훨씬 어린 남자 친구들 6명에 우리 부부만 끼인 8명 일행이라 잘 어울릴 수 없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됐다. 또한 장자제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기러 가는 곳인데 여행 중 대부분의 날씨가 비와 심한 운무로 톈먼산(天門山)과 원가계 등 명성이 자자했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원래 일 년에 200일 정도 비가 오는 곳이라 하여 비가 덜 오는 단풍철을 선택했는데 아열대 기후로 단풍이라 할만한 것은 거의 없었고 산속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했다. 다시 가기 힘들 곳인데 날씨가 그러니 비 오는 날 태어나 볕을 한 번도 못 보고 생을 마감하는 하루살이처럼, 삶에 작용하는 우연성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도 매일 이만 보 정도 걷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건강하게 다녀왔으니 다행스럽고도 즐겁다.
살면서 자식들로부터 받은 다양한 형태의 효도가 있었고, 이런저런 여행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그 두 가지가 결합한 이번 여행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효도 관광을 보내려면 몇 가지 기본적인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효도하려는 자식의 마음가짐은 기본이고, 자식의 경제적 독립 및 안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입지나 가정이 어느 정도는 안정된 상태여야 할 것이다. 효도 받을 부모도 여행을 감당할 만한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별한 가정적 우환이나 불화가 없어 여행을 떠날만한 편안한 마음 상황이 기본이다. 사실 관광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자식과 부모가 각자 그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더한 기쁨이다.
자기 삶의 성취와 평가가 자식에게는 부모와는 관계없이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기 삶의 성취 중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자기 자식이 어떻게 자랐느냐이다. 왜냐하면 양육 또한 삶의 중요한 일부이고 일부 여성의 경우에는 세속적인 성취와 양육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효도 관광이 주는 기쁨의 본질은 여행이란 실체보다 보내줄 수 있는 자식과 다녀올 수 있는 부모의 여건이 갖춰진 배경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