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환경서 사족보행 로봇의 실용성 검증 첫 시도
강화학습 기반 보행 제어 기술로 효율성 극대화
배터리 용량 증가·구동기 개선…최대 67km 주행
KAIST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 2'가 오는 17일 열리는 상주곶감마라톤에서 세계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에 도전한다.
이 도전은 기존 사족보행 로봇의 주행 한계를 뛰어넘고, 도심 환경에서의 실용성을 입증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라이보 2는 KAIST 이광형 총장의 지휘 아래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으로, 기존 주행 기록의 두 배가 넘는 거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사족보행 로봇의 최대 주행 기록은 약 20km로, 대개 실험실 내 통제된 환경에서만 측정됐다. 그러나 이번 마라톤 도전은 도심 환경에서 일반인과 함께 달리며 주행 기록을 측정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연구팀은 교내 대운동장에서 GPS 경로를 기반으로 43km를 4시간 40분 만에 완주하는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번 대회를 통해 로봇의 실용 가능성을 도심 속에서 검증할 예정이다.
지난 9월, 금산인삼축제 마라톤대회에서 라이보 2는 37km 지점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완주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실험실 예상보다 10km 일찍 배터리가 소진된 이유를 연구진은 분석해, 실주행 중 발생하는 잦은 가감속이 원인임을 파악했다.
이후 연구팀은 배터리 용량을 33% 증가시키고, PC에서 수행되던 관절 강성 제어를 모터 구동기에 직접 적용해 제어 효율을 높이는 등 기술적 보완에 집중했다. 이러한 개선으로 라이보 2는 현재 직선 주행 기준 최대 67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충인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구, 전장, 보행 방법 등 여러 측면에서 보행 손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덕분에 보행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번 연구 성과가 사족보행 로봇의 운용 범위를 도심으로 확대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보 2는 황보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동역학 시뮬레이터 '라이심(Raisim)'을 통해 강화학습 기반의 보행 제어 기술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모래사장, 얼음, 산악 지형 등 다양한 험지에서도 민첩하게 보행할 수 있으며, 실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이동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연구팀은 1년여간 야외 환경에서 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행 손실 모델을 시뮬레이션에 반영해 보행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 육성센터와 ㈜라이온 로보틱스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마라톤 도전이 성공한다면, 사족보행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로봇의 운용 범위를 더욱 확장해, 다양한 도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