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조동욱 한국산학연협회장
우리나라에서는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있다. R&D분야이다. 나도 정부의 R&D 예산을 받아 정부 과제를 수행해 봤고 또 한편으로는 R&D 예산을 적절한 곳에 할당하여 연구개발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일도 해 왔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R&D 예산을 투입했을 때 성공률이 98%에 달한다. 미국이 20% 내외, 이스라엘이 30% 내외인 것을 비교해 보면 성공률이 놀랄 ‘놀’자 정도에 이른다. 그러면 이렇게 높은 R&D 투입 성공률인데 왜 노벨과학상이 하나도 없을까? 아니 성공률만 보면 미국을 능가할 과학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어야 정상 아닐까? 사실 우리는 아주 극단적으로 나쁘게 말하자면 될만한 과제만 지원해 주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실패보고서가 더 비싸게 팔린다. 친한 지인이 나에게 카톡으로 보내 준 글이 있어 이를 토씨 하나 안 빼놓고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소중한 실패 경험
NASA에서는 뭘 실패했을 때 그 담당자를 절대 자르지 않는다. 잘라서 문제를 덮기 전에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줄 아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이 그 문제에 대해 가장 깊게 아는 사람이다. 뭘 하면 실패하는지 어떤 시도를 하면 되돌아가는지 ‘실패가 곧 경험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NASA에서는 실패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말을 하는 것이 “넌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야”. 물론 성공과 실패를 다지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실패가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가장 큰 손실은 눈앞에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넌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야”.
책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에서도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구겨진 종이가 가장 멀리 날아간다”. 실패라는 말에는 과하게 많은 공포가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실패를 감추려 하고, 심지어는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우린 때때로 잘못된 사람을 만남으로써 진정한 친구와 사랑을 알게 되고, 잘못된 길에 들어섬으로써 진짜 내가 원했던 삶을 깨닫게 된다는 걸. 실패가 괴롭지 않은 인생은 없다. 그러나 머릿속 그 경험이 정말로 실패로만 남아있지 않기 위해 우린 그 앞에 담담히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오늘 인생의 오답 하나를 지워냈다. 나는 틀린 게 아니라 정답에 더 가까워진거다.
◇ 선거만은 실패하지 말길
사실 과학기술은 실패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특히 프런티어 연구란 당연히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간다. 과학기술 분야는 그렇지만 선거는 좀 다르다. 선출된 사람으로 말미암아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된다. 선거는 실패하면 같이 망하는 수밖에 별 방법이 없다. 이제 2년 후 지방선거 그리고 오는 27년 3월 대선, 정말 실패하지 않는 선거가 되길 소망해 본다. 이제 더 이상 실패하는 선거는 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