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 올해 2월과 10월에 이은 세 번째 특검법 발의였다.

여야 반응은 예상대로 엇갈렸다.

여당은 야권이 합의없이 단독 처리한 위헌적인 특검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가 합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방탄에 거부권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와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과 그 가족 모두는 도륙하듯 수사하면서 김건의 여사의 뇌물수수, 거짓과 주가조작에는 이리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당선은 본인이 공정하다는 주장, 이미지로 가능했던 것이고 기회 있을 때마다 공정을 외쳤는데,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과, 대통령 되기 전의 공정과, 대통령 되고 나서의 공정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특검법 찬성 여론이 60%를 웃도는 상황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밀리면 자멸’이라는 인식 때문인 듯하다.

지난 21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했다. 여권 핵심 지지 기반인 70세 이상(45%) 대구·경북(41%) 보수(43%)에서도 찬성 여론이 40%에 달했다. 김건희 특검법 반대(26%)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중도층에서도 69%가 특검법을 찬성했다. 지난 22일 한국갤럽조사에서는 김 여사 문제가 6주 연속 대통령 부정 평가의 최상위 요인으로 꼽혔었다. 사정이 이런대도 ‘도돌이표’ 수순만 반복되고 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본회의 재표결 수순을 밟는다. 재의요구 법안은 국회 재적인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전체 300명 기준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300석 의석 가운데 여당이 108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될 수 있다. 그래서 특검법 재표결을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거부권 또는 비토는 의결된 사항의 집행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권리로, 고대 로마 공화정에 기원을 두고 있다. 현대의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의회의 입법권을 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삼권분립 원칙에서 예외를 인정한 막강한 권한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견제받는 일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견제 장치 발동 요건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재임 2년 반 동안 거부권을 무려 25번이나 행사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자신이나 배우자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해충돌 회피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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