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 지키려고만 하면 망한다
우리는 지금 3초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서 3초는 초고속, 초연결, 초융합을 말하는데 물론 워낙 빠르게 변하는 사회라서 다른 이론들도 많겠지만 오늘 칼럼에서는 이 3초를 기초로 논해보려 한다.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소통과 연결, 생각지도 않는 분야끼리의 융복합이 세상을 리딩해 가고 있다는 말이다. 세계적인 산업의 역사를 보면 단번에 알 수가 있는데 전자제품을 생산해 일본경제를 이끌었던 소니를 생각해 보자. 소니는 워크맨이라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일본경제를 이끌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직접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당시 소니의 위상은 그야말로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위상이 대단했다.
1946년 도쿄의 니혼바시 백화점에서 라디오 수리점으로 시작한 소니는 1940년대 말 전기밥솥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하나씩 선보였고 1950년대 중반부터는 전자제품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으며 1957년에 세계 최초로 라디오를 만들고 1968년 세계 최초의 컬러 TV를 생산해 전 세계 시장에 2억 8천 대를 팔았다. 소니 최고의 흥행작은 1979년 출시한 워크맨으로 2003년 단종될 때까지 2억 3천만 대를 판매하는 호황을 누렸다. 1981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1982년 세계 최초로 CD를 개발하고 1991년에는 세계 최초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하는 혁신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0위안에 드는 명실상부한 전자제품의 제국을 건설한다.
하지만 일본경제의 핵심이던 소니는 2003년 4월에 이틀 동안 주가가 27%나 하락하면서 위기에 봉착하는데 그 이유는 변화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너무 지키려고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시 소니가 생산하는 디스플레이는 LCD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미 시장은 OLED 쪽으로 트렌드가 옮겨가 있었고 핸드폰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스마트 폰의 출시를 하지 못한 점, 회사의 핵심이던 로봇 산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소니 몰락의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키려다 위기를 겪은 기업은 또 있는데 바로 핀란드를 먹여 살리던 노키아로 핸드폰 시장의 제왕으로 자리를 누리던 노키아는 핸드폰 시장을 지키려고만 하고 스마트 폰의 출시 시기를 잡지 못하면서 회사가 팔려나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사례를 봐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주축이 돼왔던 삼성전자는 AI 시장이 급격하게 부상하면서 HBM(고역대폭메모리) 개발에서 뒤처지면서 위기에 처한 것이다.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메시지를 냈었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던진 메시지도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데 당시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을 향해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게 바꾸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부랴부랴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3조 원 자사주 매각을 발표하면서 4만 전자로 가라앉은 주가를 5만 원대로 돌려놓긴 했지만 결국 HBM의 제조 분야에서 얼마나 빨리 따라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엔 없을 것이다.
◇ 계속 바꾸고 변화해야
상권의 변화를 보자. 동네 구멍가게가 유행하던 시절에서 월마트의 등장은 대형 창고형 매장으로 사람들이 불러모았고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창고형 대형 매장은 다른 분야까지 영향을 주면서 번성해 왔다. 그러던 중 1994년 미국의 제프 베이조스는 당시 전자상거래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달랑 컴퓨터 한 대로 시작한 작은 온라인 서점이 서적을 넘어 전자제품, 식품, 의류 등으로 바꾸고 변화해 가면서 아마존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그는 얼마 되지 않는 기간에 계속 바꾸어 가면서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하지 않았는가?
지금 가장 뜨거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역시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변화를 예측하고 CPU 세상을 GPU가 대체하도록 바꿔야겠다는 결심으로 노력하여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농업도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상이변, 소비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의 정책변화, 개도국 지위 박탈과 같은 교역 여건, 전쟁과 같은 대외 여건의 변화에 따라 경영 기법도 바꾸고 변해가는 “바꾸려는 자”로 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