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남긴 명언 중 "爲國獻身 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이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라는 뜻이다.

위험한 무기를 다룸은 물론 전시를 대비하기 위해 군인 조직은 특유의 폐쇄성을 지니는데 이런 군인에 대한 매우 오래된 통념 중 하나가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인을 이런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것인데 사실 이는 과거 일본군의 잔재이자 우리나라 군사 정권이 낳은 찌꺼기일 뿐이다.

군인이라면 그야말로 달달 외우고 다닌 과거의 복무신조엔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고 돼 있었지만 현재는 '절대'라는 단어가 빠져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 중 구독자 31만명의 유튜브 채널 '미디어몽구'의 라이브 방송에서 한 남성이 계엄군과 맞서는 장면이 있다.

군인 사이를 뚫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이 남성의 어깨를 한 군인이 잡아 유리벽 쪽으로 강하게 밀쳤다.

벽에 부딪혀 중심을 잡지 못 하고 비틀거리던 이 남성이 자신을 밀친 군인에게 바로 다가가면서 실랑이 직전의 상황이 예상됐다.

이때 옆에 있던 다른 군인이 남성을 뒤에서 껴안아 다독이며 충돌을 막았고 뒤이어 또 다른 군인도 남성에게 다가와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다른 영상에서는 철수하는 계엄군 중 한 명이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고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대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신원이 기밀에 해당함에도 마스크나 선글라스 없이 나와 자기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서서 "707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라며 "전(前) 김용현 국방장관에게 이용 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말했다.

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한 그는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이다.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 뿐"이라고 강조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 계엄 당시 군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여전히 계엄군에 날 선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휘계통 상 최상위에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현장에 있던 군인들에겐 죄가 없다. 그렇기에 그들을 비난해선 안 된다.

김 단장의 눈물도 명령이 하달됐으니 따라야 하고, 그러기 위해 부대원들이 국민들과 대척하게 해야 했던 자신의 무력함과 그로 인해 욕을 먹게 됐던 부대원들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으리라 보인다.

그들도 군인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국민이고 이 나라의 앞날을 짋어질 젊은이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군인을 험담하기에 앞서 그들을 현장으로 내몬 자들부터 욕해야 한다.

단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식적인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선포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비난을 들을 단초 자체가 없었다.

미국의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는 "늙은이들이 전쟁을 선포한다. 그러나 싸워야 하고 죽어야 하는 건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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