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조병하 속이상쾌한내과·건강검진센터 원장

연말이 다가오자 건강검진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검진의 필수 항목 중 하나가 ‘피 검사’다. 피 검사를 통해 심장-뇌혈관병의 위험인자인 고지혈증 등 혈액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국가건강검진주기는 4년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식습관, 생활패턴의 변화가 심해 하루가 다르게 몸이 변할 수 있어 4년이라는 주기는 간격이 큰 것이 사실이다. 또한 회사에서 지원하는 건강검진이 없는 주부, 은퇴자들은 혈액 검사를 건너뛰기 쉽다. 고지혈증이 생겨도 증상이 없어 방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지혈증은 중년 남성이나 폐경 후 여성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30-4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체중 증가, 음주 등이 흔한 원인이다.

검진이나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면 총콜레스테롤,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중성지방(TG) 이렇게 4가지 항목을 결과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LDL 콜레스테롤은 보통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고, 간에서 조직 및 세포로 지질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HDL 콜레스테롤은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고, 조직 및 세포에서 사용하고 남은 지질을 간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중성지방은 음식 섭취를 통해 몸에 저장했다가 칼로리 섭취가 부족하면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콜레스테롤이 높아도 아주 심하지 않으면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하고 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체내에 LDL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으면 혈관에 지질이 쌓여 좁아진다. HDL 콜레스테롤이 부족해도 혈관 청소가 잘 되지 않아 혈관이 좁아지게 된다.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고 죽상경화반이 형성되면 혈관질환이 잘 생기고, 특히 중요한 장기인 심장과 뇌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연령, 조기 심혈관 질환 발생 가족력, 고혈압, 흡연 등 위험인자에 따라 기준치 이상이면 약을 복용하게 된다.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인 흔히 스타틴(statin)이라고 부르는 약을 사용한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피브린산 유도체나 오메가-3 지방산을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스타틴 효과가 좋아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LDL 수치가 정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HDL의 경우엔 수치를 올리는 약이 있지는 않고 금연, 적절한 운동, 체중 조절, 식이 조절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목적 자체가 혈관 질환 예방이기 때문에 생활습관 교정은 기본적으로 반드시 필요하고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당뇨, 고혈압 등의 대사 질환이 있거나 심뇌혈관 질환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HDL 뿐만 아니라 중성지방도 음주, 고지방식, 비만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약을 복용해도 생활습관 교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운동의 경우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숨이 어느정도 차고 땀을 흘릴 정도의 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식이요법도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 등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철은 활동량 감소와 추위로 인해 열량 섭취가 과도해질 수 있어 당이나 고지혈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와 고지혈증 또한 동맥경화와 혈관 사고의 주범이므로 당화혈색소나 지질 수치를 자주 감시하고 시기 조절과 적절한 운동량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비약물 치료와 함께 약물 치료를 적절히 병행한다면 동맥경화를 늦추고 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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