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충북 청주시의 대표적 아파트 주거 지역인 용암1지구의 생활 환경에 대해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결과를 보면 "정돈되고 깨끗하지만 왠지 정이 붙지 않는 곳", "살기는 편한데 왠지 삭막한 느낌이 드는 곳", "장소적 특성을 찾아보기 힘들고 획일적인 주거 공간이며 정주 공간으로는 부적합한 지역" 등의 답변들이 많았다.

지구 내 토지·교통 계획 등에는 편리함과 재산가치 등의 이유 때문에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공간의 질에 대해서는 획일적이고 공동체 의식을 느끼지 못 하게 만드는 비인간적 느낌이라는 게 공통된 내용이었다.

지역의 한 건축 관련 인사는 일 관계로 찾아오는 손님에게 국립청주박물관을 보여준다고 한다.

건물 자체의 형태도 좋지만 주변 자연 환경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우암산에 자리 잡고 있는 건축이 아주 보기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간혹 박물관 천장이 낮아서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환경을 생각하지 못 해 나오는 말이며 현대의 건축도 이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 지역에서는 개신동 푸르지오와 분평동 현대대우 등 25층 규모의 아파트들이 가장 높았다가 2009년 완공된 사직동의 41층 짜리 두산위브제니스가 4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러다 이듬해 복대동에 45층 규모로 들어선 신영지웰시티가 최고층 아파트 기록을 넘어섰다가 현재는 최고 49층인 오창 한신더휴 센트럴파크, 복대동 지웰시티 푸르지오, 북문로3가 코아루휴티스가 제일 높다고 한다.

청주시가 서원구 무심천 인근 사직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최대 59층 규모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직4구역 토지 등 소유자가 신청한 인가 내용에는 사직동 235의 11 일원 5만8416㎡에 지하 6층, 지상 최대 59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8개 동 건립 계획이 담겼다.

세부적으로는 59층 규모 5개 동, 55층·54층·48층 규모 각 1개 동이다.

가구 수는 공동주택 1950가구와 오피스텔 276가구를 합쳐 2226가구이며 9개의 평형 별 타입을 갖출 예정이다.

청주에서 50층을 넘어서는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층수를 늘리면 가구수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사업성 측면에서 도움이 됨은 물론 랜드마크 단지라는 상징성도 갖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시민들도 그 자체로 청주의 도시 발전을 보여주기 때문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부정적인 시민들은 우암산 조망권이 사라져감은 물론 원도심 생활 환경에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한다.

장·단점을 떠나서  고층 건물이 거의 없던 예전 여름, 낮 동안의 열기가 식은 저녁에 아파트 인근 잔디밭과 벤치에 누가 말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연스레 어울리던 모습은 이제 보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21세기에 고층 아파트의 건설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획일적 남향·판상형 배치와 지루한 주거 환경은 경계해야 한다.

마천루 속에서도 하늘을 보고 땅을 밟으며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건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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