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행됐던 언론 탄압의 그림자가 아직도 드리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선택적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은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특정 언론사들의 출입을 막았다.
김 전 장관 측 인사들은 대강당 출입문 앞에 서서 명단이 인쇄된 A4 용지를 들고 소속 언론사 별로 기자들 출입을 제한했다고 알려졌다.
기자회견 시작을 앞두고 출입이 막힌 언론사 기자들이 항의를 하자 이에 나가라며 밀어내는 주최 측 대치가 이어졌다.
그동안 기자회견장 내·외부에 있는 기자들이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이를 촬영했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지난 24일 SNS 단체 대화방(단톡방)을 통해 일정을 알리면서 단톡방에 속한 기자들만 초청한다고 공지했다.
변호인단은 취재를 요청한 기자를 개별적으로 단톡방에 초대했는데, 일부 기자는 도중에 퇴장 당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취재 제한 방침이 알려지자 방송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는 다음날 성명을 내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제한 철회를 요구하며 모든 언론이 취재를 거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구속된 이후에도 공수처와 국수본 등의 수사마저 거부하고 있는 내란의 핵심 인물이 자유로운 취재를 가로막고 특정 언론을 배제한 채 일부 언론을 취사선택해 회견을 열겠다는 의도를 모를 국민이 있겠는가"라며 "일부 언론에 취재 특혜를 주고 내란 범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스피커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정권의 언론과 대립각 세우기의 시작은 2022년 9월 22일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글로벌 펀드 재정기업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후 나온 비속어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날 오전 10시 7분 MBC 뉴스 유튜브 채널에서 언론사들 중 최초로 해당 장면의 개별 영상이 공개됐다.
그 해 11월 9일에는 대통령실이 다음날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아세안+3, 2022 G20 발리 정상회의 동행 취재를 위한 전용기 탑승에 MBC 등 출입 기자들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인 같은 달 13일에는 전용기 안에서 채널A와 CBS 기자 두 명만 따로 불러 만나는 '취사선택 언론 대응'을 하기도 해 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순방을 앞둔 윤 대통령에게 MBC 출입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불허를 처음 제안한 인물도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 전 장관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 때 역시 '가짜 뉴스'를 막아야 한다며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언론 통제 시도를 포고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떠나서 언론은 나팔수 역할을 맡기기 위한 취사선택의 대상이 아님을 저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말로 취사선택을 했어야 했던 대상은 저들이 말하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극우'로 포장된 일부 음모론자들이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들도 비상식적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지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