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탄핵 정국'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온 나라가 불안에 떠는 모양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까지 지난 27일 국회에서 가결되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당장 국책연구기관들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환율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7일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넘어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달러 강세 등 주로 대외 요인에 의해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기존 달러화 흐름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주요 외신들은 한 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 일제히 이 소식을 긴급 보도했다.
AP는 "야당이 주도하는 한국 국회가 여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통과시켰다"며 "윤 대통령의 충격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가 더욱 심화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이는 한때 활기가 넘쳤던 한국 민주주의의 성공 스토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내던졌다"고 논평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정치적 혼란은 내년 성장이 더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 경제에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연말 특수가 사라진 점이 수치로 증명됐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 카드사 합산 매출은 전월 동기 28조7997억원보다 약 2% 감소한 28조2천45억원을 기록했다.
한 총리 권한대행의 탄핵안 통과는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했던 대국민 담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인다.
형식적인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 그보다 앞서서는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적극적인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안 통과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까지 가결되고 대내·외적 불안 요소가 느는 이 시점에서 야권의 탄핵 남발이 지금 나라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묻고 싶다.
걱정 되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우선 하나를 꼽자면 윤 대통령이 아닌 한 대행과의 호흡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해외 주요국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 않는가.
이 때문일까. 비상계엄 사태 해결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국무위원들에 대한 '줄탄핵'을 예고했던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29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 대행이 (내란죄·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탄핵소추할 것이냐'는 물음에 "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신중하게, 인내심 있게 기다리며 설득하고 대화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강압적인 탄핵 압박은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인다.
헌법재판관 임명이든 특검이든 최 대행과 여야는 정국이 가급적 빨리 안정되도록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