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뒤안길로 보내고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혹한 속에서도 꼿꼿한 기개로 서서 칼바람을 버텨낸 나무처럼 온갖 환난을 이겨내고 굽이굽이 펼쳐진 고갯길을 넘어 마침내 희망의 새해를 맞이한다.
올해는 마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듯 숨 가쁜 해였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권의 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3일 한밤중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고 출입이 통제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회가 즉각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인 4일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고 내란 혐의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다가온 세밑에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온 나라는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이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시설물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생존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4명 등 179명이 숨졌다.
여권에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나오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등 ‘사법 리스크’로 고전하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격한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2월 정부는 의사 부족과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을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으로 정부와 대치했다. 의정 갈등이 촉발한 의료대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었다. 한때 주요 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평시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졌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의 견해차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평행선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에 시달렸다. 자영업자와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벼랑 끝에 서서 비명을 질렀고 치솟은 물가는 서민들의 무거운 어깨를 더욱 짓눌렀다.
극한 강수와 폭염 등 이상 기후가 남기고 간 농작물 피해로 농민들도 깊은 시름에 빠진 해였다.
고단한 일상 속 위안이 되는 반가운 소식들도 있었다. 소설가 한강은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파리올림픽 선수단의 활약도 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메달 순위 8위에 올랐다. 남자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청주시청 소속 김우진은 역대 한국인 최다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충청지역에서도 올해 희비가 수시로 교차했다.
충북·충남도, 대전·세종시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특별지자체)인 '충청광역연합'을 출범시켰다. 충청광역연합은 지역 내 총생산 290조원 규모의 충청권을 광역 생활경제권으로 묶어 초광역 교통망을 조성하고 각각의 산업기반을 공동 활용해 권역 전체의 산업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주공항은 연간 이용객 수 400만명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올해 이용객 수 400만명을 넘은 곳은 제주, 김포, 김해공항과 청주공항뿐이다. 청주공항은 서울·대전·강원권에서 접근이 유리한 지리적 이점에 기반해 교통 접근성 개선, 거점 항공사 육성, 해외 관광객 프로모션 활성화 등의 노력이 이용객 증가를 견인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에서는 청주공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민간 전용 활주로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활주로 2개 가운데 1개는 공군 전용이고 나머지 1개도 군과 공유하고 있어 청주공항이 행정수도 관문이자 명실상부한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비상하기 위해선 반드시 민간전용활주로가 필요하다. 충북도를 비롯한 지역 민관정은 정부에 민간전용활주로 신설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전의 대표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도시철도 2호선(트램) 건설사업이 본격화된 해다. 1996년 정부의 기본계획 승인 이후 28년 만이다. 총연장 38.8km의 2호선은 2028년 말 개통이 목표다. 대전 5개 자치구를 순환하는 순환선과 정거장 45곳, 차량기지 1곳이 조성된다.
지난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재판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검찰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40여 명을 기소했다. 참사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 임시제방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감리단장은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7년 6개월에서 징역 6년으로, 징역 6년에서 4년으로 감형됐다. 검찰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1월 22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날 오후 10시 52분쯤 수산물동 1층 한 상점에서 시작된 불은 점포 292곳 중 227곳을 태워 상인들은 실의에 빠졌다. 90여 일이 지난 4월 임시상설시장이 문을 열며 상인들은 실의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절망과 고통을 줬던 모든 것은 지나온 길과 함께 떠나보내고 새해에는 새 출발선에 서서 우리 삶과 사회가 침체와 갈등, 반목에서 벗어나 활기 넘치길 바라는 희망을 품어보자.
2025년 을사년의 목표지는 ‘희망’이다. 설사 그 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이더라도 가야만 하는 희망을 향한 길. 이제 희망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내딛자. /박장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