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건강을 지켜 천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건강한 체질을 물려받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체질은 선천적 자산이고 환경 적응은 후천적 노력이며 후자가 더욱 중요하다. ‘동의보감’에서 한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도록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한의사는 요절할 자를 오래 살게 하고 장수할 자는 신선처럼 살 수 있게 한다.
환경에 적응하려면 계절과 밤낮에 맞추어 생활해야 하며 변화에 맞는 의식주 대처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의복과 주거를 적절히 하는 것은 오랜 전통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수면과 음식 습관은 대체로 모르거나 지키기 어려워한다. 편향되거나 잘못된 교육으로 올바른 생활 습관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6, 70년대 사람들이 더욱 철저히 지켰다. 보다 올바른 건강 상식을 갖추기도 했거니와 기름진 음식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50세만 되어도 거동을 못할 정도였고 환갑을 넘는 이가 적었으나 지금은 평균 수명이 80을 넘었고 많은 이들이 백세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생활 습관이 예전만 못하지만 보다 오래 살고 건강한 것은 경제적 풍요 때문이다. 위생이 개선되고 영양은 충분하며 몸은 편안해졌다. 위생과 안락이 장수를 가능케 했다. 조선 시대에도 일반인은 평균 수명이 매우 짧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사대부들은 대부분 7, 80 이상 살았다. 칠삭둥이 한명회도 고희를 넘겼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북한의 평균 수명이 우리보다 무려 11년이나 낮은 것은 경제력 차이다.
오늘날 우리의 건강은 고속 성장한 경제로 인해 확보됐다. 건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또한 마찬가지다. 민주화의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87년 6월 시위는 넥타이 부대 즉 일반 국민에 의해 주도됐다. 부모 세대와 함께 산업화에 젊음을 갈아 넣으면서 경제 도약의 저변을 형성했던 당시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사무직들이 주도했다. 각목과 화염병이 난무하던 정치 투쟁과는 달리 구호만으로 무장한 평화시위였다. 가장 찬란한 민주화 성과를 이뤘지만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 산업 사회의 저변을 형성했다.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모든 자유와 풍요는 산업화로 인한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주춤거리고 있다. 제반 산업은 성장 동력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 중요 견인차였던 반도체 휴대폰 산업 또한 어렵다고 한다. 어렵게 일군 기술은 무방비 상태로 중국에 빼앗겨 결국 저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정세는 격변하고 있으나 정치권은 혼란만 급증시켜 대외 경쟁력이나 대응력을 잠식하고 있다. 국민은 점차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는데 정치인, 연예인 그리고 협잡꾼들만 풍요를 구가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경제 발전의 근간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 요건이다. 미국조차도 산업 성장에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입법 행정 사법부는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기술 유출을 조장하며, 사회 갈등 및 불안정을 유발 심화하고 수도권 집중을 가속해 왔다. 주권자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하기 때문이다. 12조가량의 예산을 집행하며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이 고작 23.5%였다. 자부심만 높은 서울시민의 식견과 정치의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치의식이 낮으면 쉽게 선동되어 주권자는 모리배의 도구로 전락한다.
생활의 법도를 지키는 것은 개인 건강의 필수 요소이지만 국민 전체의 보건과 건강은 경제적 풍요라는 환경에 의해 확보된다. 끝없는 잔치는 기둥뿌리를 뽑아내듯이 우리 경제도 위기를 맞이한 지 오래다. 미증유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나락과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