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오징어게임 2’는 공개 이틀 만에 93개국 글로벌 넷플릭스 시리즈 TOP 10 1위에 오르며 미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전체 조사 대상 93개국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수십 명씩 죽어가는 것을 보고 찬반투표를 통해 게임을 멈추려는 자들과, 게임의 참여자가 많이 죽어갈수록 누적되는 돈이 많아지고 나누어 가질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어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으니, 게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과의 비인간적인 욕망과의 다툼이다.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게임을 계속해야 한다는 찬성파 O 진영과, 많은 이의 죽음을 보고 난 후에는 목숨을 담보하는 미친 게임을 이제 그만 끝내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X 진영으로 나뉘어 편 가르기를 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한없이 저급하고 끝없는 비열함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이러한 드라마의 내용은 최근 어디선가 보았던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간의 극단적인 적대적 선 긋기와 나와 남을 구별하고 옳은 것과 그릇된 것으로 서로를 규정짓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공격하는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다. 0.73%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권력을 쥔 대통령이 더 많은 권력을 자유롭게 행사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적인 무력으로 제거하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반면 공격당한 국회는 그동안 극단적 대치관계에 있던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규정하고 이참에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하고 공수처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반란죄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하기 위한 체포를 실행하였다.

국민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한 달 동안이나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진보, 보수진영을 떠나 모든 국민들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느낌은 마치 세계적 수준에 있는 우리의 국가대표 축구팀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약체팀을 맞아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며 결국 패하고 밤새워 응원했던 국민들은 허탈한 우울감을 느끼는 상황과 비슷하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 기대했던 경기에서 패한 억울함으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침에 무거워진 머리로 자기 자신이 경기에서 패한 듯한 우울감을 느끼는 기분이다.

아무튼 작금의 국내 정치 때문에 우울해진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던 중 정신과 전문의가 추천하는 정치적 우울감 해소 방법을 소개해 본다. 첫째, 지지하지 않았던 정치인이 최악의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는 국가에서는 대통령 1명이 세상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국적인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역할은 어떤 이가 오랫동안 권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반복해서 바꾸는 것이며 지지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도 5년 임기 후에는 바뀔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에서 승자와 패자가 악수를 하는 것처럼 똑같은 태도로 정치적으로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과 웃으면서 선거 결과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말자. 그가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맹목적인 지지에서 벗어나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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