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지 한 달 하고도 보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로 인한 후폭풍 해결은커녕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13일에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김성훈 경호차장 등 경호처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나를 체포하려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 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경호처 내부에서 들어온 제보이고 경호처 내부만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참석자라든지 그런 부분이 확인됐기 때문에 발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찬에 김성훈 차장, 이광우 본부장, 김신 가족부장 등 모두 6명의 경호처 간부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는데 이른바 '김건희 라인'으로 세간에 퍼진 인물들이다.
윤 대통령은 그보다 하루 앞선 11일에도 역시 경호처 간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수사기관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11일 윤 대통령은 김성훈 차장 이하 3급 이상 간부들을 관저로 불러 격려하는 취지의 오찬을 마련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물리적 충돌만은 피해야 한다며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물밑에서 설득해왔던 간부들 다수가 이 내용을 듣고 분통을 터뜨리며 12일 김 차장이 주재한 회의 자리에서 집단 반발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보도를 다 믿고 싶지 않지만 윤 의원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근거 없는 낭설을 기자회견 자리에서 발표했으라고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고 참담하게 다가온다.
'칼이라도 사용하라'는, 조직폭력배들이나 할 법한 말을 비록 직무 정지 상태라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자신의 안위와 자리 보전을 위해 내뱉었다는 건 정도를 넘어선 문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은 심각한 내수 부진은 물론 대외 신인도에서도 우려스러운 지경이다.
최근 10년 사이 계엄을 선포했던 나라는 세계적으로 9개 국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타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불가피했던 나라와 한국을 빼면 2016년 튀르키예, 2017년 필리핀, 2021년 미얀마, 지난해 에콰도르 정도다.
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실제 지표를 놓고 볼 때 모두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한국에 비해 뒤처지는 나라들이다.
미얀마의 경우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소 EIU가 해마다 평가하는 세계 167개 국 민주주의 발전 수준 평가에서 북한보다도 떨어지는 166위(2023년 기준)였다.
1인당 국민소득도 한국에 비교하면 30분의 1수준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미국의 유력지 포브스는 "투자자들이 현대 아시아의 계엄령 집행자를 생각할 때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그리고 이제는 한국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공수처와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대통령 관저에 가다 경호처와 대치했던 당시를 생중계하던 외신 중 BBC는 "합법적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시도를 병력이 막고 있는 데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방송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윤 대통령이 정말 나라를 사랑한다면 무력 사용을 지시할 게 아니라 스스로 걸어나와 그간 자신이 얘기해왔던 "법대로"를 실천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