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수사를 거부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공직자수서처의 제2차 체포영장 집행에 의해 체포돼 경기도 과천 공수처 본부로 압송됐다.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된 상태이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수처는 15일 오전 4시 한남동 대통령관저 진입을 시작해 5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33분께 관저 본관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 윤대통령을 공수처 차량에 태워 10시 53분께 과천 공수처 청사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 청사 이송 모습은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청사 안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이 잠간 보인 것 외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곧바로 주임 검사인 차정현 부장검사가 직접 신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을 위해 미리 준비한 2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질문지를 놓고 신문을 진행했으며, 이대환 부장검사도 투입된 것을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해 장시간 고강도 조사를 마치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작전은 우려했던 대통령경호처 경호원, 탄핵·체포반대를 외치며 한남동 공관 입구를 막아온 친윤 시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이나 완강한 저항 없이 비교적 평이하게 진행됐다.

공수처의 체포조 투입에 앞서 경찰기동대가 관저 입구에서 철야 농성을 벌여온 시위대(경찰 추산 50여 명)를 가볍게 해산시킨 후 곧바로 관저 진입을 시작했다. 관저 본관 정문까지 약 500미터에 달하는 골목길에 설치된 차벽 등을 미리 준비한 사다리를 통해 차례로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은 거의 저항하지 않아 우려했던 기관 대 기관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남대첩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치열한 몸싸움과 활극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체포작전이 황당할 정도로 조용히 마무리된 것을 놓고,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공수처가 영장집행을 방해하면 즉각 체포한다는 경고가 유효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경호처장 공석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 경호처 요원들에 대한 공수처의 사전 선무공작으로 요원들이 분열하고 저항 의지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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