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채성주 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청주시정연구원 도시공간부장
전통적인 의미의 농촌은 농업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삶터와 쉼터로서의 기능 또한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과밀화, 지방소멸 등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의 공간이자 해답의 중심지로 농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농촌공간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2023년에 제정(2024.3. 시행)되면서 농촌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법은 다양한 기능이 혼재된 농촌 공간의 기능 재구조화와 함께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의 기능을 회복 또는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을 통해 농촌다움을 회복하여 농촌지역을 ‘국민 누구나 살고, 일하고, 쉬는 열린 기회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농촌의 미래상이 담겨있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의 주요 골자는 지자체 주도로 경제, 사회, 환경 등 전반에 걸친 농촌지역 문제를 발굴하여 발전 방향과 실행 계획을 담은 중장기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와 지자체 간 협약 체결을 통해 농촌재생사업을 통합 지원하는 것이다. 계획 수립의 큰 원칙은 ‘정부’는 최소한의 기본 방향만 제시하고, ‘지자체’가 주민 제안 제도와 주민협정 등 주민 참여 제도를 활용하여 지역 주민의 수요와 지역 여건을 반영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농촌공간을 대상으로 10년 주기로 수립하는 중장기 계획인 ‘기본계획’은 농촌의 난개발, 저개발로 인해 악화된 정주 환경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립한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농촌에서 겪고 있는 농촌의 인구감소, 고령화, 젊은 연령층 부족으로 인한 농촌 소멸 위기와 마을 공동체 붕괴, 농촌마을 내 비거주 시설 혼재, 농업유산이나 농촌경관 등 가치 있는 농촌자원을 훼손하는 난개발 문제 등 농촌의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농촌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농촌협약의 대상이 되는 5년 단위의 ‘시행계획’은 ‘기본계획’의 실현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사업들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뿐 아니라 지자체 사업, 타 부처사업, 공공기관 사업. 민간투자 사업을 발굴하고, 개별사업들의 통합적인 연계를 고려하여 세부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2023년에 제정되고 2024년 시행된 후 올해 처음으로 많은 지자체에서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청주시도 작년 12월부터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에 착수했다. 현재 수립 중인 농촌공간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청주시의 농촌문제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농촌지역의 난개발 문제이다. 개별입지 공장과 창고, 태양광발전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등 정주환경 위해요소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증가하고 있다. 둘째, 농촌지역 간 정주환경 격차 심화이다. 오창읍, 오송읍 등 대규모 산업단지나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지역과 그 외 지역 간에는 인구뿐 아니라 생활서비스의 공급·향유 기회에서 큰 격차가 보인다. 셋째,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격차 확대이다. 통합 청주시 출범 후 10년이 지났음에도 각종 지표를 보면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청주시 농촌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공간기반의 생활서비스 기능 향상, 지역특화 경제기반 확충으로 도농교류 확대, 위해시설 정비와 관리를 통한 농촌다움 재생 및 정주환경 보전과 개선이 필요하다.
농촌소멸 대응과 농촌공간 재생은 이러한 단순한 농촌 문제 해결을 넘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드는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촌은 식량 안보와 생태계 유지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탄소 흡수원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자원의 생산 기지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을 강화하며 농촌공간의 공공 자원화 추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 청주시에서 수립하고 있는 농촌공간계획이 농촌이 가진 가치와 잠재력을 시민에게 재인식시키고 시민의 다양한 요구가 농촌에서 실현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