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비상계엄의 명분으로 내세운 전자개표기의 북한 해킹 의혹 등 '선거부정 진상규명' 문제가 거듭되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반박 등으로 일단 국민적 공론화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공론화에서 더 나아가 경찰과 검찰의 수사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선관위 전산시스템과 부정투표 문제는 보수 진영 일각에서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지속적으로 고발과 고소 등으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아직 한번도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본격적인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국회본회의에서 가결되기 전인 지난달 12일 발표한 비상계엄 관련 4차 대국민담화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 정부기관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 사실을 거론하면서 선거전산시스템 보안 허술, 점검에 대한 선관위의 압수수색, 강제수사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린국민께 드리는 글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글에서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다, 특정인을 지목해서 부정선거를 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 하여,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일도 없는데, 이 엄청난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 대통령직까지 걸었다"고 옹호했다.
이어 그는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부정선거 의심 사례를 나열하고, "120여 곳에서 선거무효 소송이 있었지만 선거무효와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재검표가 기각됐다"고 지적했다.
그간 전자개표기를 둘러싼 선거부정 의혹은 21대 총선 이후 인천 연구수에서 재선에 도전했다 근소한 표차로 패한 민경욱 전 의원,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교안 전 국무총리등이 주축이 돼 고소 고발, 현장 점검 등이 반복돼왔으나, 이렇다하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었다.
부정선거 문제를 거론하면 음모론자로 낙인찍히고,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어서 이 문제는 물밑에 존재하는 것으로 치부돼왔으나,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지상으로 올라온 셈이다.
윤 대통령측은 헌법재판소 변론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21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소추 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도 16일 2차 변론때와 마찬가지로 "부정선거 의혹 검증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측 도태우 변호사는 이른바 '일장기 투표용지'로 불리는 관인이 뭉개진 투표용지 사진을 보여주며 "국권침탈 세력에 의한 거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으나 선관위와 법원, 수사기관을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국가비상상황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21대 총선 선거무효소송 재검표 때 촬영된 투표지 사진을 보면 신권 다발같이 빳빳한 투표지 묶음이 수없이 나왔다"며 "그런데도 대법원은 선관위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비판했다.
민경욱 의원은 "접히지 않은 투표지에 대해 선관위는 형상기억 종이를 사용해서 그렇다고 답변했다, 선관위에 에디슨급 발명가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중앙선관위에서 제출받은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 및 강제 수사 사례' 자료를 분석해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강제 수사가 최근 5년간 181차례 이뤄졌고 대부분 윤 대통령 재임 기간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도 전날인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부정선거 관련 주장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주장했던 국가정보원이 확인한 결과, 선거관리시스템 전반이 부실하고 해킹 및 투개표 시스템의 전반적 조작이 가능하다는 대 해해서는 "2023년 합동 보안컨설팅 당시 국정원이 요청한 시스템 구성도, 정보자산 현황, 시스템 접속 계정 등을 사전에 제공했고 (모의해킹을 위해) 침입 탐지나 차단 등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 내용을 기반으로 전산시스템이 해킹과 조작에 무방비라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선거망에 접속해 투개표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보시스템 및 기계장치는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사무원, 관계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참관인 등이 참여하고 있고, 실물 투표지를 통해 개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공론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내란과 부정선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과연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로 상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이득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