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의 우리말 샘에 따르면 현대 국어 '설'의 옛말인 '설'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이를 보면 중세국어에서 '설'은 '새해의 첫날, 새해의 처음'이라는 의미 외에 나이를 세는 단위로도 쓰였는데 이 시기에 '설'과 '살'은 모음 교체에 따른 어휘 분화를 보이는 단어였다.

나이를 세는 단위로서 '설'이 쓰인 예는 19세기 문헌까지도 나타난다고 한다.

'설', '설날'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설이 있으나 이처럼 나이를 세는 의존명사 '살'과 동계어라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동계어(同系語)는 같은 기원(起源), 즉 동일한 조어(祖語)로부터 퍼져 나온 언어를 말한다.

을미개혁에 따라 1896년 태양력이 시행되면서 음력이 폐지됐고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음력설을 구시대의 관습이라면서 완전히 금지시킴에 따라 양력 1월 1일, 즉 신정이 공식 새해 첫날이었다.

설날은 광복 이후 1954년 국민 휴업을 금지하는 음력설 '구정'으로 강등됐지만 음력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여기는 풍습은 꾸준히 유지됐기 때문에 이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이에 정부는 1976년 음력 1월 1일의 공휴일 지정을 검토했지만 혼란이 가중된다며 흐지부지됐고 1981년에도 같은 시도가 있었으나 내무부가 반대해 무산됐다.

그러다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의 하루 짜리 공휴일이 됐다가 1989년에야 대통령령에 따라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호칭하며 제 모습을 찾았고 연휴 기간도 사흘로 연장한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설날만의 대표적인 풍속은 아침 차례가 끝난 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찾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드리는 세배(歲拜)라 할 수 있다.

원래 세배를 받은 측에서는 어른은 술과 밥, 아이는 과일과 돈으로 대접하며 서로 덕담을 나눴는데 요즘에는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에게 세배를 올리고 세뱃돈을 받는 풍속이 있어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설날을 기다리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미국이 월남전에서 1968년 설날에 이른바 '구정 공세'를 받으며 정치·전략적으로 모두 나락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설은 수요일인 29일이라 이달 28~30일의 화·수·목요일 연휴였는데 연휴 전날인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토요일인 25일부터 30일까지 엿새 간 쉴 수 있게 됐다.

여기다가 금요일인 31일에 연차를 사용하거나 업체에서 그 날을 휴일로 정하면 최장 9일 동안이 연휴가 된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는 지금도 가시지 않은 채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만들었으며 국민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를 비난하게 하고 있지만 어쨌든 올해에도 어김 없이 설날이 온다.

법원 습격이라는, 정치적 성향이나 진영 논리를 떠나 절대로 용서해선 안 될 난동 역시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지만 그럼에도 명절은 우리를 찾아온다.

충북 청주는 물론 각 지자체들은 설을 맞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게 여러 문화 시설을 연휴 기간 개방한다.

새해의 처음을 맞는다는 의미처럼 지금까지 있었던 안타깝고 불미스럽던 일은 저 너머로 보내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그럼으로써 보다 나은 대한민국이 되는 계기를 이번 설로 잡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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