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소방관은 역할에 따라 화재진압대원, 구조대원, 구급대원으로 나뉘는데 흔히 생각하길 소방차를 몰고 출동해 소방호스로 불을 끄는 소방관은 이 중에선 진압대원이라고 보면 된다.

화재 예방은 물론 화재 발생 시 출동해 현장에서 불길을 진압하는데 주로 관창(소방호스)을 들고 불과 싸우는 사람들이다.

구조대원은 진압대원과 같이 출동해 화재를 내부에서 진압하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출하며 불이 완전히 꺼지면 사체 수습도 한다.

직업 특성 상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체육대학 실기 수준도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체력·악력·근력·지구력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급식보다도 못한 식사, 부족한 장비, 늘상 생명의 위협에 노출돼야 하는 점 등은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하다가 안타깝게 세상을 뜬 사례는 매우 많다.

그 중 몇 가지를 돌아보면 1988년 3월 6일 충북 충주시 새한미디어 공장에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충주소방서 이성우 소방교가 순직했다. 그는 테이프 조립실과 성형실 사이 무너진 벽돌더미 속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2007년 11월 28일 경기 이천시 CJ 이천공장 화재에서도 결혼식을 2개월 남겨두고 있던 29세 윤재희 소방사가 불을 끄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영화 '소방관'의 모티브가 된 2001년 3월 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2층 주택 화재 때에는 진화와 생존자 구출 작업을 하던 서울 서부소방서 박동규 소방장 등 6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순직하거나 다친 소방공무원은 2023년에만 1336명이고 소방 활동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5년 전보다 20% 넘게 늘었다.

그런데도 위험근무수당은 2016년 월 6만원으로, 화재진화수당은 2001년 월 8만원으로 오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이렇다 보니 10년 차 이하 소방관 의원면직자는 2022년 98명에서 2023년 125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60명이 스스로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소식이 새해 들어 들려왔다.

소방청은 올 연말까지 충북을 비롯해 충남, 대구, 광주, 강원, 전북 등 6개 시·도에 '무인파괴방수차' 6대를 추가 배치한다고 2일 밝혔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첨단 소방 장비인 무인파괴방수차를 사용하면 소방관이 직접 화재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도 불을 끌 수 있다.

최대 20m 높이와 반경 10m 범위에서 작업이 가능하며 두께 4㎜의 철판과 160㎜ 두께의 콘크리트 블록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원거리 및 차량 내부 물줄기 분사를 통해 고온이나 유독가스, 폭발 위험이 있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번 추가 배치는 소방관 진입이 쉽지 않아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이 있는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화재 등이 최근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라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고작 장비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차량 하나로 인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소방관들을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다.

'현실 속 영웅'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이들의 안녕을 위해 '현실에 맞는 소방 환경'이 계속 갖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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