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된 의(醫)-정(政) 갈등으로 인해 사회는 계속 혼란스러웠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이 갈등의 터널에 빛은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19년 동안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과감히 확대하겠다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어난 5058명으로 하겠다고 그 해 2월 6일 발표했다.
정부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의 10년 간 4000명 증원보다 더 기간이 짧은 데다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이 큰 5년 간 총 1만명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필수의료 위기와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 등 때문에 의사 인력이 더 확충돼야 하고 규모는 국책연구기관 등의 수급 체계와 각 대학의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의료계는 협의 없는 일방적 정책이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 해서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현대가 저출생 추세이기 때문에 의사는 부족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사직하고 의대생들은 휴학했으나 정부는 대학 별 정원을 확정한 데 이어 전공의에겐 업무개시 명령, 의대생에겐 휴학 불허로 팽팽히 맞섰다.
이러는 사이 의료 현장에선 응급실 뺑뺑이가 더 심해졌으며 수술·진료 연기나 취소도 잇따랐다.
피해를 입는 건 환자들 뿐이 아니었다.
충북에서 유일한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의 경우 전공의들과 일부 교수들이 떠나면서 지난해 상반기 손실액만 263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남겨진 의료진의 업무 피로를 막기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부터 목요일 아침까지 성인 환자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가 올해 들어 지난 3일 성인 응급진료 제한 조치를 해제하며 이달부터 응급실을 정상 가동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의 등 의료진 20여 명이 근무했던 충북대병원 응급실에는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만 남아 있다고 한다.
전국에서 지난해에 비해 올해 배출된 신규 의사는 8.8%인 269명,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5분의 1인 566명 뿐이다.
결국 전공의가 없는 자리를 메우는 데 전문의가 계속 몰리다보면 피로는 계속 가중될 뿐더러 연구에 쓸 시간을 낼 수도 없다.
대화와 협상으로 상황을 정리해야 함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 속 문구 중 하나인 '전공의 처단'은 의정 갈등의 정점을 찍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이달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1년 전의 2000명 증원이 2026년에도 적용되므로 양 측의 갈등은 커지면 커졌지 해결의 실마리는 더 보이지 않게 된다.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정국이지만 우선 순위를 따져서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부분부터 민주적으로 풀어가자.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시간을 놓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더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