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1990년대 영화 베스트 10 중 1995년 작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작품이 있다.
미국의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에 낸 소설이 원작이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감독·주연을 맡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다.
1965년 미국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에서 남편과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가정주부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가 길을 묻는 낯선 남자를 만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쉽게 잊히지 않는 그의 이름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이고 그는 로즈먼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메디슨 카운티를 찾은 사진 작가였다.
원해서 한 결혼도 아니었던 프란체스카, 프란체스카에게 끌린 로버트, 이 두 사람이 금새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인데 감독과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물론 감각적인 연출과 잔잔한 음악 등이 호평을 받았다.
소설과 영화가 모두 흥행하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일약 관광 명소가 됐는데 영화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던, 원터세트 소재의 한 다리에 2003년 9월 3일 화재가 발생했다.
이 날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른 유명 다리인 세더교에 불이 난지 꼭 1주년이었다.
이틀 뒤인 5일에도 호그백 다리가 불에 탔는데 이 화재들 모두 방화로 추정됐지만 누가, 왜 불을 질렀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피해를 입은 세 개의 다리 모두 지붕이 있는 유개교(有蓋橋)이며 대체로 복구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비슷한 사례가 충북 단양군에서 나왔는데 바로 '새한서점'이다.
이곳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주인공인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의 아버지 집으로 나와 입소문이 난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9일 적성면 현곡리에 위치한 서점 본관 건물(363㎡)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여기 있던 서적 7만여 권이 모두 타 소방서 추산 34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본관과 거리가 떨어진 별관에는 불이 나지 않아 6만권 정도는 서점에 남아있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해 명소가 됐다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똑 닮은 사례인데 새한서점 측은 피해 복구를 위해 다음 달 중순부터 전문 플랫폼을 통한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에게 새한서점의 기록노트 1000권과 굿즈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며 목표액은 3000만원이다.
펀딩 후에는 건물과 부지 등을 단양군에 기부채납한다.
이 대표의 말마따나 목표액을 채운다고 해서 불타버린 서점이 완전히 복구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지역 문화자산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이번 펀딩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길 바란다.
한 지역이 발달하는 데 있어서 꼭 건설 위주의 방식만 필요한 건 아니다.
새로운 사회와 문화가 더해질 때 좀 더 깊이 있게 발전하는 변화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