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8살 여아가 교사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11일 오후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6시 쯤 대전시 서구 한 초등학교의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김하늘양과 이 학교 교사 A씨가 발견됐다.

하늘양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자해를 했다고 보이는 A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해당 여교사는 정신질환을 앓아 여러 차례 병가를 써왔으며 사건 직전에도 6개월 질병 휴직을 떠났다가 20여 일 만에 복직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대전시교육청은 이 교사가 불과 범행 나흘 전에도 폭력적인 성향과 행동으로 동료 교사들과 몸싸움을 벌여 주변을 긴장시켰으나 이에 대한 조처 요구에도 아무 대안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40대 여교사는 정신질환 때문에 지난해 12월 9일 6개월의 휴직에 들어갔다가 한 달도 되지 않은 연말 쯤 돌연 복직했다.

이번 휴직 전에도 이 교사는 정신질환 등이 사유인 병가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문제는 정신질환 치료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교사가 교육 당국의 어떤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복직, 업무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또 하늘양 사망 사건 후 해당 초교 안팎에서는 가해 여교사가 동료에게, 또는 수업 중에 수시로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진술이 이어졌다.

지난 5일엔 학교 컴퓨터를 망가뜨렸으며 6일에는 교실에서 불을 끈 채 웅크리고 앉아있던 자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한 동료 교사의 팔을 꺾고 헤드록을 걸면서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해야 해"라며 난동을 부렸다.

당시 학교 측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교감 차원의 구두 주의만 줬는데 교육 당국은 하늘양이 살해됐던 지난 10일 오전에야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를 파견, 사건 조사를 진행했지만 가해 여교사 대면 조사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범행의 조짐은 계속 보여졌는데도 시교육청은 A씨가 개인적으로 받은 의료기관의 진단서와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사 소견서만 제출하면 휴·복직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정신·신체적 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사에게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운영해왔으나 2021년 이후론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시의회가 위원회 운영이 부실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시교육청은 "위원회를 개최할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왔다는데 이번 A씨의 경우엔 열 사유가 충분하지 않았는가.

시교육청은 11일 긴급 브리핑에서 정신질환 병력이 민감한 개인정보인 데다 교육 당국이 나서서 심의위를 남발하면 인권 침해 등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라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아이들과 떨어뜨려 놓는 조치라도 취했어야 했다.

시교육청은 14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하늘양과 유족의 명복과 안녕을 빌며 교육 당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제도 상의 문제점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두 번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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