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장난감 물총으로 은행을 털려던 강도가 2분 만에 시민에게 붙잡힌 사건 기사에 달린 촌철살인의 댓글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분짜리 은행 강도가 어디 있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호수에 비친 달빛 그림자 잡는 꼴 아닌가"라며 "구속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다음으로 "천 원 한 장 도둑 맞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며 "장난감 총은 합법적으로 구매했고 다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경고의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돈을 담으라는 지시를 당연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금융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그랬다"고 마무리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 말을 꼬집는 글이다.
시종일관 2시간 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는 주장을 펴고 있는 윤 대통령은 5차 변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 했니, 지시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 체포하거나 유혈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으니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을 거의 모든 국민이 생중계로 목격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선 보수 언론 '조·중·동' 중 하나인 조선일보도 12일 사설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가 지난 10일 구치소에 면회를 온 친윤계 의원에게 "당이 자유 수호, 주권 회복 운동을 진정성 있게 뒷받침해주면 국민의 사랑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계엄은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군대를 동원해 제한하는 조치임에도 계엄을 선포한 사람이 자유와 주권을 말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설은 이미 12·3 비상계엄에 대해 미국·영국 등 '자유민주국가'들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 "권위주의 시대 회귀를 떠올리게 한다"고 일제히 비판한 데다 어렵게 쌓아온 자유민주국가의 위상이 느닷없는 계엄으로 한순간에 추락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연쇄 탄핵 등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방해가 심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게 계엄을 선포할 정당한 사유는 결코 아니다. '애국우파'를 자처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툭하면 입에 올리는 '계몽령'이 말도 안 되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윤 대통령 체포·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공격하고 있다.
명색이 보수라면 누구보다 법치를 강조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사법부까지 흔드는 모습에 당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는 중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권고한다. 진짜 보수 정당으로 계속 명맥을 이어가려면 윤 대통령 옹호는 그만 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와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계엄 이후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미국에 전화 한 통 못 하고 있지 않는가.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