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의 어머니는 이와 같은 어린이의 심리를 잘 활용한다. 배움이란 결코 괴로운 일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라는 점을 어린이가 몸에 익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 어린이에게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를 재미있게 배우도록 한다. 유태인에게는 다행히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구약성서의 거의 전부가 이야기이며 그것은 모두 어린이들에게 흥미 있는 것들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애굽을 탈출하여 홍해바다의 물을 지팡이로 갈라놓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는 이야기····, 아직 어린 소년인 다윗이 불레셋군의 장수 골리앗을 돌팔매질로 쓰러뜨리는 엘다 골짜기의 싸움이야기····, 맨손으로 사자를 잡는 장사 삼손의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얼마든지 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들은 우선 민족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즐겁다. 그것은 하나도 괴롭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여기에서 어린이들은 배움이란 즐거운 일이라는 점을 체험한다. 나도 언제 글을 배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마음대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꿈을 안게 된다. 우리도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들은 소금장사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었으며 그것에 의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을 기억한다.
유태인의 가정에서는 가족이 모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수께끼를 등장시킨다. 저녁식탁에서 아버지는 반드시 하나의 수수께끼를 출제하도록 되어있다. 어린이가 네 살이나 다섯 살 정도일 때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키는 수수께끼를 낸다. “깎으면 깎을수록 커지는 건 뭐지?” 정답은 물론 구멍이다. 또 아버지는 손뼉을 짝짝 치면서 “이렇게 짝짝하는 건 뭐지?” 한다. 어린이는 우선 생각한다. 그리고 재미가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바로 정답을 알아맞히지 못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정답을 알아맞히도록 유도한다. 눈꺼풀이라는 정답이 나오게 되면 기뻐 어쩔 줄을 모른다. 이것은 대단히 좋은 사고력의 훈련이 된다.
어린이가 6, 7세 정도이면 수수께끼는 추상적이 된다. “어느 나라 말이나 다 할 수 있는 건 누구지?” ···· 산울림이다. 좀 더 어려운 문제도 출제한다. “어느 농부에게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죽을 때에 유언하기를 집에 있는 17마리의 소중에서 장남에게는 절반을 주고 차남에게는 삼분의 일을, 그리고 막내에게는 구분의 일을 주도록 하였다. 각각 몇 마리씩 나누어 가지면 되겠는가?” ···· 세 아들은 어떻게 나누어야 좋을지 몰라 마을의 랍비에게 의논하러 갔다. 그랬더니 소 한 마리를 더 주면서 이것을 보태서 나누라고 하였다. 소 한 마리를 더하니 소는 18마리가 되었으니 그것의 절반인 9마리는 장남이 갖고 차남은 삼분의 일인 6마리를 그리고 막내는 구분의 일인 2마리를 가졌다. 그랬더니 소 한 마리가 남아서 랍비에게 돌려주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한다. 어려서 몸에 익힌 배움에 대한 의욕은 얼마나 갈까? 아마도 평생을 갈 것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