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조갑제씨가 지난 13일 오후 YTN 라디오에서 한 주장으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자진 사퇴', 즉 하야 여부가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그는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이 꽤 높은데 딱 하야를 결단하면 그 동정심이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반이재명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가 있다"며 "어차피 파면될 게 확실하다면 인기가 있을 때, 아쉬움이 있을 때 그런 선언을 해야 극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재판부에 "위법·불공정한 심리를 계속하고 있다. 탄핵심판은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심판이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심의가 계속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지연 가능성을 높이는 '대리인단 총사퇴' 가능성이 언급된다고 하는데 그와 더불어 수면 위로 떠오른 단어가 '하야'였다.

이에 대해선 대체로 파면 당하는 불명예를 피함과 동시에 지지자들에게서 정치적 동정심을 얻어내려는 저의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다음날인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하야를 거부하고 탄핵심판을 선택한 것은 윤석열 자신이었다"며 "만에 하나라도 전직예우를 고려한 하야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고 말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진 하야는 탄핵이 통과되기 전 한동훈 당 대표 시절에 요구했다"며 "당시 퇴진하겠다고 했으면 이런 갈등들, 지금 헌법재판소나 길거리에서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뭐가 됐든 헌재는 탄핵심판 대상자인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법과 원칙'에 의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하루 빨리 내야 한다.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서두른다고 하는데 현재 국내·외 상황을 보면 오히려 더 서둘러야 한다.

탄핵 정국이 계속되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른바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당장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완성차 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실종된 리더십을 회복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타협안을 모색해도 시원찮은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금 상황을 더 길게 가져가자는 말인가.

지난 15일에는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 광장부터 금남로4가 교차로까지 약 680m 구간 안에서 각각 열린 집회에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주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운집했고 별다른 마찰 없이 마무리됐다 하는데 광주 동구 금남로는 5·18 민주화 운동 역사의 현장이다.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뤄낸 바로 그 곳에서까지, 분열된 국민들이 서로를 비방하게 만든 건 어디의 누구란 말인가.

아직 윤 대통령 변론 기일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어서 결론이 나와 불안정한 나라가 안정을 찾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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