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함께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대 산맥인 헌법재판소(헌재)는 헌법 111조에 의거, 탄핵의 심판을 관장한다.

헌재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때는 노무현 정부 때 일어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과 신행정수도 문제가 불거지면서였다.

그 후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2015년 간통죄 위헌심판,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거치는 동안 어떤 거대한 문제가 생기면 헌법재판을 거쳐야 한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이런 헌재가 요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연일 공격을 당하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신상 털기에 이어 자택 추정지에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헌재 일부 구성원이 화교라는 주장도 확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 명은 전날에 이어 18일 오전 문 대행 거주지로 추정되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형배 사퇴",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음란 판사 문형배'라고 적힌 피켓도 흔들었다. 문 대행이 고교 동창 인터넷 카페에서의 음란물 공유를 묵인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이 왜 남의 집 앞에서 이러냐고 항의해도 이들은 "나라가 위태로워서 어쩔 수 없다", "곧 끝나니 이해를 좀 해달라"며 아파트 인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문 권한대행 사퇴 촉구 시위는 지난 17일부터 한 달 동안으로 계획돼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의 시위와 더불어 온라인에서는 몇몇 헌법연구관의 이름이 생경하게 느껴진다며 '화교'로 지목하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질문과 답변' 등 온라인 게시판에도 지난 16일부터 사흘 간 이런 내용의 비방 글이 최소 660여 건 게시됐다.

한 게시자는 전날 '질문과 답변' 게시판에 "이름만 봐도 중국인이네. 한국 국적도 아니면서 왜 남의 나라 헌재에서 반국가 간첩 짓거리를 하고 있느냐"며 "보나마나 사법고시 출신도 아닐 테고 무수능 화교 혜택으로 지금껏 꿀 빨았겠지. 대체 여기 몇 명의 화교 출신이 있을지 소름이 끼친다"고 적었다.

'이름이 이상해 보인다고 해서 중국인', '보나마나 사법고시 출신도 아닐테고' 등 아무 근거도 없는 억지 추측이다.

서울 출생인 이진 헌재 공보관 역시 브리핑에서 발음이 샜다는 점 등을 트집 잡혀 '중국인'이라는 가짜뉴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 공보관이 중국인이라는 가짜뉴스들은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죽국 출생이라고 적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런데 이 나무위키는 집단지성을 표방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실제로 이 공보관 관련 항목은 80여 차례 수정됐다고 한다.

편가르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점은 주변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구치소 앞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70대는 지인 면회를 온 30대가 전화 도중 시끄러워서 통화할 수가 없다고 하자 화를 내며 태극기로 때렸다.

저들이 부르짖는 자유 민주주의는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주변을 고려하는 이타심과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 바탕을 이뤄야 한다는 걸 모르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나친 헌재 흔들기가 되레 탄핵심판 판결에 있어 부메랑으로 자신들에게 돌아갈 소지도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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