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지난연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산악모임에서 카페리 여행을 떠났다. 그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배를 이용한 야간여행은 처음이다. 목적지는 중국 산둥성에 있는 연태와 위해다. 인천 송도에서 배를 타고 갔다. 배가 커서인지 움직임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배는 생각보다 느려 14시간 만에 연태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입국신고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십 지문을 두 곳을 지나며 찍고 여권을 한 장씩 넘겨가며 본다. 많지도 않은 인원을 처리 하는데 하루해가 다 저물어 갔다. 숙소로 가는 길에 몇 군데를 보면서 갔다.
다행이도 숙소는 좋았다. 다음날 우리는 위해의 명소인 유공도로 갔다. 배를 타고 들어간 섬은 잘 가꾸어 놓았다. 이곳에는 갑오전쟁 기념관이 있는데, 1894년 갑오년에 일어난 중국과 일본의 전쟁에 대한 역사가 적나라하게 펼쳐져있다. 중국의 명소 유공도에서 일본의 야만적인 행동을 보며 우리나라가 겪은 아픔들이 생각났다.
박물관에는 일본군의 학살을 피하기 위해 가족이 스스로 우물에 빠져 자살하려는 가족들 모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청일전쟁을 미국이 중재하면서 휴전강화를 위해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할 때 우리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묵인한 것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범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니 어이없고 화가 났다. 일본에 대한 좋지 않는 감정을 안고 우리는 양마도로 갔다.
섬이라 찬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이곳은 진시황이 오래 살려고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들른 곳으로 말을 풀어 놓고 키운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말이 나르는 동상이 높게 세워져 있었고 진시황의 동상도 화려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어 우린 그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섬은 조용했다. 양마도를 나오면서 호수 옆에 돌로 만들어놓은 십이지신상들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양마도를 나와 월해공원 안에 있는 환치루로 갔다. 올라가는 입구에 등세창의 우람한 동상이 우리를 맞아준다. 동상 뒤 공원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주민들이 음악과 함께 멋진 춤을 추고 있었다. 우리 일행 중에 흥이 있는 친구들이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기도 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환치루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멋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느낀 것이 도시들이 중국 고유의 모습이 아니라 주택 모습과 지붕색깔 등이 유럽 이미지를 많이 생각나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영국의 식민지를 받은 곳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도시 모습들이 이해 됐다. 이번 여행은 짧은 일정으로 쇼핑이 없어 좋다 했는데, 가이드가 열심히 농산물을 팔았다. 가이드 삶이 녹록지 않은 것 같아 많이들 구입해줬다. 이십여 년 전에 중국에 왔을 때는 화장실등 위생시설이 열악했는데 많이 개선되었다. 중국을 여러 번 다녀 보았지만, 자연환경이 너무 멋있고 웅장한 모습들이, 올 때 마다 실망한 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꾸 찾게 되나보다. 물려받은 자연 유산이 많다는 게 부러웠다. 이번여행도 눈으로 본 풍경과 바다를 끼고 있는 위해와 연태시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