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예상보다 빨리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갑자기 부상하고 있다.

2월 25일 최종 변론기일에 소추인 국회와 피소추인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청취함으로서 모든 변론 과정을 종결한 헌재는 다음날부터 3.1절 연휴기간 4일간을 제외하고 재판관 8명은 매일 평의를 열어 해당 사건의 쟁점들을 정리하고 관련 의견을 말하고 청취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연휴 중에도 재판관들은 각자 평의에서 발표한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평의(平議)는 재판관들이 지위고하를 떠나 대등한 입장에서 사건에 대한 자신의 법률적 견해를 밝히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이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는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이 헌재연구관들이 작성한 연구보고서 등이 담긴 평의요청서를 재판관들에게 전달하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평의에서 해당 사건의 쟁점 사안들과 증거 등을 설명하며 이후 재판관들은 이에 대한 견해들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태스크포스(TF) 팀 헌법연구관들이 작성한 연구보고서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5대 쟁점은 그간 변론과정에서 드러난 중요 사안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하면 ① 비상계엄 선포를 할 정도로 국가비상사태가 존재했는지 ② 계엄포고령의 위헌·위법성 ③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의결을 방해했는지 ④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이 헌정 문란을 구성하는지 ⑤ 주요 정치인 및 법관 체포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으로 짐작된다. 

윤 대통령의 파면과 직무복귀를 가를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 사안들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증거물은 ⑤번 쟁점 사안의 존재 여부를 결정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의 진위 여부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 주요 국회의원과 대법관 선관위원장 들에 대한 체포 지시를 했고, 구체적인 명단을 적시했다는 내용이다. 

이 메모는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월 13일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 홍장원의 메모는 4가지이며 전화를 받았다는 장소 등도 홍 전 차장의 최초 진술과 다르다고 밝힘으로써 진위 여부를 의심받아왔다.

아울러 ③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증언도 탄핵 인용과 기각을 결정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만일 그러한 지시를 했다면 국회 활동을 방해해 헌법을 위반한 구체적인 증거가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곽 전 사령관이 최초의 국회증언과 그 이후 헌재 출석 증언, 특수임무단장 등의 증언 과정에서 일관성이 깨어져 실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①번 사안에 대해서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비상대권'을 발동한 것이고, 계엄 선포가 정당했는지 부당했는지 여부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수립돼 있어 탄핵 결정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헌재 재판관들의 이념 성향 소속됐던 법원내 연구단체와 자신을 추천한 대통령·정당·대법원장의 진보·보수 성향 등에 따라 보는 시각이 결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헌재 재판관 8명의 이념 성향은 진보좌파로 분류되는 재판관이 3명 보수 3명, 중도 2명 정도로 추산된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은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인용' 결정이 된다. 현재 재판관들 사이에 인용과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이 팽팽한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는 진보 진영에서 중도 재판관 2명을 가져가고, 보수 재판관 중에서 1명을 합류시키면 '인용'으로 결정된다. 

반면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어온 재판관 3인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 찬성 5대 반대 3으로 '기각' 된다.

헌재의 선고 일정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돌연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헌재 주변에서는 전원일치(8대 0)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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