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강조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내놓은 발언으로 인해 또다른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한 이 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일과 관련해 "당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벌인 일과 당시 당 내 움직임 등을 맞춰보니 당 내 일부하고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지만 타이밍을 보면 연관성이 있다"며 "예를 들면 당 내 유력한 분이 '처벌 될 거니까 당 대표를 그만둬라'며 시점을 정해줬는데 나중에 보니 영장 청구 시점과 거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고 지목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총선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데 대해 "당원들이 책임을 물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제가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는 않았다"며 자신이 주도해서 체포동의안 가결파를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나라가 윤석열 대통령으로 인해 양분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당의 통합은커녕 친명계와 비명계 간에 정을 꽂고 망치로 두들긴 꼴이다.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는 '당 내 통합 행보'는 앞으로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총선 낙선·낙천자 중심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는 입장문을 통해 "동료에 대한 인격 모독이자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당 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나"라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역시 비명계인 고민정 의원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악수 중 악수"라며 "(이 대표) 스스로 만든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정책 행보를 계속하며 이슈를 선점하고, 당 내 통합을 이루려는 행보도 많이 해서 국론이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려 노력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는데 그 발언으로 두 가지 공든 탑이 다 가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비명계 대권 주자인 김두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국민통합은커녕 당 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인가"라며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호평해 온 박지원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통합 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담화와 메시지로 지지자들을 선동한다며 국민 분열을 멈춰야 한다고 했던 자신을 잊은건가.

대표가 이런 말을 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입장에 몰린 셈이다.

옛말에 질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에 싹을 트게 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지금 국민들은 괴롭다. 이 대표는 거대 야당의 수장 답게 모쪼록 통합의 정치를 펼쳐 어지러운 난국을 타개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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