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챔프·가문의 수난·북촌방향, 나란히 개봉
권상우와 정려원 주연의 '통증'은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최초의 멜로물이다. 강풀 만화가가 시나리오 원안을 쓴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사고로 가족을 잃은 죄책감과 후유증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권상우)과 태어날 때부터 혈우병으로 작은 통증에도 괴로워하는 여자 동현(정려원)의 사랑을 그렸다. '친구' '똥개' 등에서 거친 남성의 세계를 주로 그렸던 곽 감독이 섬세한 감성을 얼마나 발휘했는지가 관전 포인트. '태풍'(2005년·350만 명) 이후 흥행작을 내지 못한 곽 감독이 얼마나 관객을 불러 모을지도 관심사다.
곽경태 감독은 "기존 멜로 영화의 통상적인 시각을 벗어나 자극에 익숙해져 사랑의 통증에 무감각해진 지금의 세대들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휴먼 드라마 '챔프'는 '과속 스캔들'(2008년·820만 명), '헬로우 고스트'(2010년·305만 명)로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차태현과 유오성, 박하선이 출연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왕년의 스타 기수와 퇴물 신세가 된 절름발이 경주마의 아름다운 도전을 그렸다. 2004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데뷔한 이후 13번의 경주에서 우승한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신경을 다친 채 어린 딸(김수정)과 남겨진 기수 '승호'(차태현)와 같은 사고에서 새끼를 잃고 다리를 다쳐 더 이상 사람을 태우지 않는 경주마 '우박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우승을 향한 무모한 도전의 감동실화를 그렸다.
'…가문의 수난'은 '가문의 영광'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에 이은 코믹영화 '가문'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조폭 정신으로 기업과 가문을 일군 열혈 여성 홍 회장(김수미) 일가는 해외출국금지가 풀리면서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준비한다. 일본으로 출국한 이들에게 해괴한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2편부터 합류한 신현준, 탁재훈 등이 변함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인다.
'북촌 방향'(감독 홍상수)은 드라마다. 지방 대학 교수인 영화감독과 그의 선배 등을 중심으로 기묘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올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으로 홍 감독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유준상·김상중·송선미·김보경·김의성 등이 함께 했다.
지난 8월10일에 개봉한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도 볼만한 영화로 꼽힌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조선의 신궁(박해일)과 청의 명궁(류승용) 사이에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활싸움을 영상화했다. 박해일, 문채원 등의 호연과 함께 활이라는 아날로그적인 소재를 첨단 디지털 기술로 담백하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최종병기 활은 관객 5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영화에 대적하는 외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푸른 소금'과 함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콜롬비아나'와 '펭귄 아빠'가 되어 돌아온 짐 캐리 주연의 가족 코미디 영화 '파퍼씨네 펭귄들' 정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콜롬비아나'는 '테이큰'의 작가 로버트 마크 케이먼과 '트랜스포머' 올리비에 메가턴, '레옹'의 뤽 베송이 감독과 제작자로 참여했고, '파퍼씨네 펭귄들'은 천의 얼굴을 지닌 코믹 연기의 달인 짐 캐리의 신작에 20세기 폭스가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어 주목해볼 만하다.
/홍성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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