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3월 첫째 주
△1일
'"택시미터기 異常(이상)있다" 같은 거리에 料金(요금)틀려' 제하의 기사가 3면 머리를 차지한다.
'淸州市文(청주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택시들이 미터기가 고장난 것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낡은 것이 많아 같은 거리에도 차마다 다르게 요금이 나온다는 시민들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어 당국의 철저한 점검이 아쉬워지고 있다'로 요약되는데 본문은 '2월말 현재 淸州에는 S택시 소속 46대를 비롯, 8개 회사에 소속돼 있는 1백95대의 택시가 운행되고 있는데 미터기가 1백60원 기본요금거리(2㎞)에도 1백90원이 나오는가 하면 어떤 택시는 기본요금 밖에 나오지 않는 등 종잡을 수 없다는 것.
(중략) 또 시민들은 『승객이 내리기 직전에 운전사가 미터기에 손을 대면 한 번 더 미터요금이 떨어진다』고도 말해 조작이 있지 안나도(당시 지면 표기)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시보레 택시의 경우는 3㎞ 정도 거리에도 30원이 더 나오고 있다고 운전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후략)'라고 설명한다.
△7일
이날 '책없이 新學期(신학기)수업' 제하의 기사가 3면 머리에 올라가 있다.
'堤川郡(제천군)교육청 관내 초·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교과서 일부가 6일 현재까지 공급되지 않아 4만여 학생들은 정상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1·2학년 수학책이 3학년은 과학책이 지급되지 않았으며 초등학교는 사회교과서가 고등학교는 1학년용 공통수학과 체육교과서가 2·3학년은 정치·경제 교과서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교과서 대신 프린트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교과서 공급업자는 개편교과서의 인쇄가 늦어져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는 내용이다.
그 옆에는 주요 기사로 '販禁(판금) 문둥병 治療藥(치료약) 나돌아'가 자리해 있다.
본문은 '요즘 일부 농촌에는 일반매약이 금지돼 있는 DDS(나병환자 치료약품)가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면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어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중략) 中原郡(중원군) 앙성面(면) 영죽里(리) 장 모씨는 지난 11월 8일 치질 때문에 만병통치약이라는 DDS 2백정을 같은 마을 정 모씨로부터 4천원에 구입해서 먹은 다음 다시 정씨로부터 2백50정을 더 사다 하루 3알씩 복용했으나 치질이 낳기는커녕(당시 지면 표기) 지난 1월 25일께 전신이 마비되는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것. 중태에 빠진 장씨는 즉시 忠州市(충주시) 서울의원에 입원, 생명을 구하긴 했으나 큰 고생을 했다며 이런 약을 팔고 있는 정씨를 처벌해달라고 같은 마을 (다른) 장 모씨는 70명과 함께 경찰등 관계요로에 진정했다'로 요약된다.
미코박테리움 레프라에(Mycobacterium leprae·나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전염성 질환인 문둥병은 한센병(Hansen's Disease) 또는 나병(癩病)이라고도 한다.
나병(癩病)은 '문둥병 라(癩)'와 '병 병(病)'을 합친 이름이며 두음법칙에 의해 '나'로 읽힌다.
이는 말 그대로 '문둥병'을 가리키는데 '살이 썩거나 물러서 힘없이 처져 떨어지다'라는 뜻의 순우리말 동사 '문드러지다'에서 나왔다.
한센인들 사이에선 전통적으로 편견과 차별이 담긴 표현으로 여겨졌기에 오늘날에는 '문둥병'이나 '나병'보다 병균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한센병'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센병을 언급할 때 반드시 따라다니는 지명이 '소록도'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전국적으로 '나요양소(癩療襄所)'를 짓게 한 총독부령이 내려지는데 이미 한센병 환자 치료를 하고 있던 '소록도 자혜의원' 이 있던 소록도는 총독부령에 따라 본격적인 한센병 요양소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한센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호적 자체가 지워지고 자동으로 소록도 등에 끌려가다시피 격리되기도 했다.
한센인 격리 지역이나 시설에서 한센인이 임신했다고 하면 강제로 낙태시키는 게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까지 지속된 악습이기도 했다.
/신홍균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