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올 초에만 벌써 3명의 피의자가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것인데,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신상공개된 피의자 명단을 살펴보면 대전 초등학교 살인교사 명재완(48), 서천 묻지마 살인 이지현(34), 자경단 김녹완(33)이다.

현행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는 2010년 도입됐다. 살인이나 방화, 아동·청소년 대상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가 우선 대상으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에 지난해 1월 25일부로 시행된 특정 중대 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행 수단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증거 존재 여부 등을 고려하도록 해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다만 범행 수단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등은 객관적인 정량 지표가 없는 만큼 여론 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지휘부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명재완의 경우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고 김하늘양(8)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의 경우 교사인 명재완이 학교 내에서 하교 중이던 김 양을 유인해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자신의 목숨까지 끊으려 했다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김녹완 역시 2020년 5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자경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자 234명에게 가학적인 성착취를 하고, 관련 영상물들을 유포했다. 범행 과정에서 본인을 '목사'라고 칭했으며 피해자 중 159명이 10대인 것으로 확인돼 'n번방'의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지현은 지난 2일 오후 9시 45분쯤 충남 서천국 사곡리 한 인도에서 마주친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계획범행을 벌인 정황도 드러났다. 

이처럼 일부 사건에서는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지만, 유사 중범죄에서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충북에서 발생한 사건을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음에도 신상공개 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사건들이 더러 있다.

2021년 발생한 오창 여중생 극단선택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피해자들은 2021년 5월 12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아파트에서 극단선택을 해 세상을 등졌다. 한 피해 아동의 의붓아버지가 이들에 대한 성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의붓아버지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형을 확정받았지만, 신상공개는 되지 않았다.

2023년 발생한 청주 노래방 강도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가해자는 2023년 12월 15일 오전 2시 35분쯤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한 노래방에 침입해 여사장 A씨(65)씨를 위협해 56만3000원, 신용카드를 빼앗고 흉기로 살해했다.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치매노인 연기까지 하며 범행을 부인했었다.

이 사건 피의자 역시 1심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신상공개는 되지 않았다.

올해 피의자 신상공개가 결정된 사건과 비교하더라도 이 사건들이 중대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지만 신상공개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공개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제외하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흉악 범죄라도 수사기관의 공개를 결정해야만 피의자의 신상을 알 수 있다.

유사 흉악범죄라도 각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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