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의과 공중보건의 부족이 고질적 문제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의대 졸업생들이 공보의보다는 복무 기간이 짧은 현역을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2025년도 의과 공보의 수요 인원은 705명인데 병무청에서 선발한 의과 공보의는 250명에 지나지 않다고 한다. 이는 수요 인원의 35%에 지나지 않아 의과 공보의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전국 1223개 보건지소 중 의과 공보의가 미배치 된 곳은 558개소로 45.6%에 달하고, 이 중 486개소는 순회진료로 운영되나 72개소는 의과 진료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공보의는 군 복무 대신 보건소 근무를 통해 농어촌 의료 취약지역의 일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병의원이 거의 없는 농어촌 지역에서 보건소나 보건지소는 유일한 의료 기관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의과 공보의 공급이 원활치 않아 농어촌 지역의 일차 의료는 많은 공백을 드러내고 있고 이는 농어촌 인구 소멸의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되고 있다.

의과 공보의 부족 사태는 현역 군 복무 기간이 짧아지고 의사 소득이 급증하면서 이미 예견된 지 오래나 아무런 대책 없이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국토 균형 발전, 저출산 문제와도 연관되므로 입법 사법 행정 혹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총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한다.

단기 대책으로 먼저 한의과 공보의가 의과 공보의 직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한의과 대학 커리큘럼 대부분이 양방 과목이므로 한의과 공보의는 의과 직무를 대체할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필요하면 한의과 공보의 배치 전 직무 교육을 일이 주 받으면 충분히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 의과 공보의 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나 급한 불을 끌 수 있으며, 행정명령으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의과 공보의가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도 업무를 대신할 수 있으므로 일선 보건소나 보건지소 입장에서 시의적절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단기 대책 두 번째는 공중보건의를 공개 채용하는 방법이다. 언제까지 젊은 남성의 군 복무를 빌미로 노동력 착취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의사 수입이 고점을 유지하는 한 의과 공보의 부족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어느 정도 정당한 지위와 연봉을 보장하여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공중보건의를 제공해야 한다. 지자체나 중앙 정부가 공중보건의 공개 채용을 꺼리는 것은 값싼 공보의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에 관심이 많거나 은퇴한 양의사나 한의사를 대상으로 공중보건의를 모집하여 의료 취약 지역에 배치한다. 경험이 많은 양의사나 한의사가 오히려 농어촌 일차 의료를 좀 더 효과적 담당할 수 있다. 지자체 재정이 부실하므로 의료 취약 지역은 중앙 정부에서 고용하여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중장기 대책으로 의료 취약지역 공보의 근무를 의무로 하는 특별 의대생을 별도로 모집하여 육성하는 것이다. 국비로 육성하여 졸업 후 일정 기간 국가가 정하는 지역에서 공보의로 근무하도록 한다. 일차 의료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군 복무 대체 공보의를 점진적으로 경험이 많거나 별도 육성된 의료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공중보건의 부족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에 대한 해결을 재정이 부실한 지자체에 일임해서도 안 된다. 의료 취약지역을 안고 있는 지자체의 재정은 더욱 부실하기 때문이다. 공중보건 진료에 관한 한 양의사와 한의사의 직무 차별을 없애고, 공중보건의를 공개 채용하는 단기 대책을 추진하며, 공중보건의 특별 의대생을 별도 모집하여 공중보건 의료 인력 수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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