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민 대신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선택한 충북도의회는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21일 열린 42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충북도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도의회와 도지사가 하나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했다.
도지사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솔선수범 도와주는 도의회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선거용, 졸속 추진 등 논란 중인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역점 사업들이 포함된 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대부분 원안대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19일 4개 상임위를 거친 추경안에 대한 종합 심사를 벌여 7개 사업, 27억750만원을 삭감했다.
전체 추경안 3598억원의 0.75%에 불과한 '대단한' 액수다.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인 일하는 밥퍼 지원과 도립 파크골프장 조성, 옛 청풍교 관광 자원화 등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하는 밥퍼는 본예산 7억원보다 5배나 늘린 37억5179만원이 편성됐다.
인건비를 후원이나 기부로 마련한다는 애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작 예산은 15억6750만원을 삭감하는 데 그쳤다.
각종 논란이 불거진 도립 파크골프장 예산 47억원과 옛 청풍교 보수·보강비 19억6000만원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파크골프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중복 사업, 졸속 행정 등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산업경제위원회는 축산시험장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는 것을 문제 삼았으나 예산은 손대지 않았다.
옛 청풍교에 대한 보수·보강비도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안전이 우려되지만 사업 자체가 불요불급하거나 과다 계상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예결위는 상임위에서 보여주기용으로 찔끔 삭감한 예산마저 부활시켜주는 권능을 행했다.
예결위는 산업경제위원회에서 삭감한 한우개량능력검정(시험연구비) 1억4700여 만원과 충북학사 청주관 이전 용역비 2200만원, 행정문화위원회에서 삭감한 당산공원 접근성 개선사업비 5억원을 전액 부활시켰다.
성경에 예수는 죽은 지 사흘 후에 부활했다고 적혀있는데 김 지사의 핵심사업 예산도 이와 비슷한 기적을 이뤄냈다.
도민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도의원들에겐 '우이독경'이었다.
도의회는 이번 1차 추경 의결로 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도지사와 정당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고백한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려면 다시 공천을 받으려면 같은 당 도지사와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도민들을 의식하긴 했는지 도의회는 예산안 심사 전 '송곳 검증' '예결위에서 부활할지도 모르지만 상임위에선 깎아보겠다' 등 입 바른 소리를 해댔다.
차라리 '내년 지방선거 때문에 같은 당 도지사 사업에 어깃장을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솔직히 말이라도 하면 덜 미울 것 같다.
충북도의회는 도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자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가진다.
예산 결산 승인을 비롯한 의결 기능과 행정 사무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는 입법기능, 자치행정의 집행을 감시 감독하는 통제 기능,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청원을 처리하거나 지치단체와 의견을 교환하는 조정 기능을 한다.
이번 추경 심사에서 충북도의회는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제 역할을 내버렸으며 외면했다.
이제는 도민들이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차례다.
/충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