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발발한 의정갈등이 1년이 넘도록 지겹게 이어지면서 일반 시민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교육 인프라 등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생 2000명을 늘리겠다고 무리한 시도를 했고, 의료계는 이에 반발해 전공의 집단 휴·사직으로 맞섰다.
의대 교수들도 "이대로는 의료계가 무너진다"며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기존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 수업거부 등을 통해 정부에 반감을 표했다.
그러자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학들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수업을 거부하거나, 휴학한 의대생들에게 유급 또는 제적처리 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의료인만 이용 가능한 커뮤니티에는 현장을 복귀하려는 일부 의료진에 대한 신상털기, 조리돌림 등도 진행됐다. 복학을 원하거나,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의대생들도 주변 동기 또는 선배들의 눈치를 봐서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상황이 점차 악화되자 정부는 결국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생 정원을 3058명으로 원복하겠다"고 발표했고, 각 의대 역시 학생들에게 복학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지역 거점국립대인 충북대학교도 지난 28일 오후 6시까지였던 복학 신청서 접수 기한을 자정까지 1차례 늘렸다가 30일 오후 11시 59분까지로 또 다시 연장했다. 충주에 있는 건국대 의대·의전원도 충북대와 같은 데드라인을 뒀다.
다만 의료계는 정부와 대학의 발표를 '협박'과 다르지 않게 받아들였다.
각 대학들이 증원분에 대한 교육 불가능을 인정하면서도 수업 거부 등이 이어질 경우 다시 5058명으로 증원한다는 단서를 붙였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는 지난해 의정갈등이 발발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속 어디에도 '환자'는 없었다. 오직 환자가 언급될 때에는 서로 "정부가(의료계가) 환자를 볼모로 의대증원을 강행(반대)한다"라고 명분을 찾을 때 뿐이다.
피해자는 환자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측에 '자신의 요구'를 들을 것을 강요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이 상황은 정부(의료계)의 탓이다'라 며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체계를 갖추겠다며 환자와 의료계의 입장을 무시하는 정부나, 증원을 반대하며 눈앞에서 고통받는 환자를 외면하는 의료계나 서로 다를 바 없는 모양새가 됐다.
결국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환자와 시민들을 외면한 명분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서로 간의 입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와 의료라는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국민과 환자가 소외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피해자인 국민과 환자를 위해서도 신속한 갈등 해결이 필요하다.
- 기자명 [온라인충청일보] 기자
- 입력 2025.03.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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