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계속 예상했던 시기를 넘기며 늦어지면서 3말4초설에 이어 요즘에는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때까지도 선고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설이 법조계에 번지고 있다.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는 대체로 '8대 0 전원일치 판결이 이뤄지지 않아서', 또는 '현재 평결 상황으로는 5대 3 내지 4대 4로 기각되거나 각하되기 때문에 탄핵 반대 입장인 재판관들을 설득하느라 늦어지고 있다는 2가지로 압축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집결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신속파면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 발언에서 민주당이 판단하는 현재 헌재 재판관들 입장 분포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헌재 재판관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친민주당계로 분류되는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 3명을 먼저 호명하고 "이제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어 중도로 분류되는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2명을 호명하고는 "즉시 선고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또 친윤(親尹) 진영으로 분류되는 김복형·정형식·조한창 재판관 이름을 부르고,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말라, 을사오적의 길을 가지 말라"고 비판적 경고를 날렸다.
법조계는 이러한 박 원내대표의 그룹별 호명 순서 및 요구 사항을 분석해보면,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을 탄핵 '인용' 의견으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2인은 미정 상태인 것으로, 김복형·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탄핵 '기각' 내지 '각하' 의견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5대 3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한덕수·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이 미임명한 마은혁 헌재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하게 압박하는 배경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 50여 명은 지난 28일 긴급성명을 내고 한 권한대행이 30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 권한대행 재탄핵과 아울러 모든 국무위원을 즉시 탄핵하겠다고 압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을 향해 4월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일(4월 18일)까지 탄핵심판 선고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최근 법조계와 정치권에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돼 파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기각이나 각하를 선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두 재판관이 선고 없이 퇴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 직무정지는 탄핵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하염없이 길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 추천 몫이다. 따라서 후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데 직무정지된 상태라서 이 부분을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신할 수 있느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선정하는 몫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임명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헌재가 6인 재판관 체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파국적 상황, 즉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임명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견해가 많다. 헌재법 23조는 심판정족수를 7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요약하면, 헌재 위기 상황이 예상되면, 헌재 재판관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며,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되므로 한 권한대행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지난 2월 헌재 재판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 임기를 후임자 임명시까지 자동으로 연장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사위에 회부돼 있다.
/서울=이득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