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산불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산불예방 총력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최근 산불 현황을 보면 충북도의 선제적 대응은 좋은 판단이다. 

이 기회에 전반적인 산불 대응 시스템을 꼼꼼히 점검해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미리 미리 대비해야겠다. 

도가 선제적으로 산불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이유는 전국 동시다발 산불 발생과 함께 최근 옥천·영동에서도 산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는 소각 행위 금지, 산불감시원 예찰 강화, 산불 예방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영농 부산물 파쇄 지원, 산불 진화 가용 자원 파악·정비, 산불 발생 시 행동 요령 교육 등 산불 초기 대응력 강화에도 더욱 힘쓸 방침을 세웠다.

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속한 주민 대피 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기초적인 대응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이번 영남지역 산불에서 드러난 대응 시스템의 허점과 부족한 것들을 반면교사 삼아 준비에 나서야 한다. 

지난 3월 22일 시작한 경북 산불은 일주일 만인 28일, 경남은 열흘 만인 30일 완전 진화됐다. 

이번 산불 사태의 인명, 산림, 시설 피해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사망 30여 명을 비롯해 7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영향 구역은 4만8238ha로 서울 전체 면적(6만ha)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대형 살수 헬기 부재, 낡은 장비, 고령의 진화 인력 등 진화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내에는 산불진화용 소방 항공기가 한 대도 없다.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헬기는 50대인데 그마저도 8대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생겨 운용이 멈췄다. 

7대는 산불 취약지역에 배치돼 있어 현장 투입이 불가능했다.

진화 장비의 3분의2가 20년이 넘는 노후 기종이고 전문 진화 인력도 부족하다. 

평균 연령이 61세인 산불진화대가 현장에서 악전고투했지만 전문적인 훈련 교육과 제대로 된 장비 지급도 이루어지지 않아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마저 일어났다.

충북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방 진압용 헬기는 임차해 쓰는 4대 뿐이다.

산불진화대의 평균연령은 62.7세이며 80대도 있다.  

물론 이번 산불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는 장비 부족, 노후화 및 진화대의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꼽힌다.

봄철에는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어가며 기온을 끌어올리고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확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심화하는 이상기후가 산불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구 온난화로 따뜻한 겨울, 봄철 고온 현상에 강수량이 줄었고 산림을 빠르게 말려 불쏘시개로 만든다. 

높은 일교차는 돌풍과 강풍을 만들어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게 한다.

하지만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예산이 부족하다고 핑계를 대며 손 놓을 순 없다.

사람의 목숨은 물론 수십년간 키운 산림 자원이 한 순간에 재로 변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 

기후 변화 때문이라면 그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장비가 부족하고 노후화했다면 예산을 늘려 새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진화대의 고령화가 문제라면 인건비를 올려 젊고 전문적인 인력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만의 행정력과 예산으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산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핑계는 뒤로 미루고 현재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응 체계 마련에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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